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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립고등학교에서 재직 중인 영어 교사입니다.

재외국민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작년 한국 사립고등학교에 왔구요..

작년에는 고1, 고3만 수업했었는데..

올해는 고2까지 모든 학년을 수업하게 되었습니다.

 

아.. 오늘은 학력평가 및 대수능모의고사를 봤는데요..

저녁에 영어과 회식 및 협의회가 있었습니다.

25일 고2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데..

언어영역 시간에는 국어쌤이, 수리영역 시간에는 수학쌤이, 외국어영역 시간에는 영어쌤이 시험 감독을 보게 되었다고 하시는 순간.. 뭐가 잘못되었구나 생각했는데요..

14일에 작년 모의고사로 예비 시험을 보고 그 결과로 부진아 명단을 뽑는답니다.

그리고 25일 본시험 때 부진아들 옆에 가서 문제에 대한 tip을 줘서 학교에 부진아가 나오지 않도록 시험을 치르라는군요.

 

참고로.. 여기는 지방의 한 기독교 사립고등학교입니다.

그리고 많은 쌤들이 교회를 다니시는 집사 및 장로님들이십니다.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2년째 한국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제가 중고등학생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이 학교에 있구나 깨닫고 있습니다.

숨이 막힙니다..

 

이제 수업시간에 부진아 학생들에게 좀 더 신경쓰고 가르쳐주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시험 때 부진아들 곁에 가서 문제 답을 가르쳐 주는 걸..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면 근무할수록, 기존의 선생님들이랑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학교의 현실에 절망합니다.

저 혼자 우뚝 서 있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학교 안에서 공공연하게 시행되는 너무 많은 비리 앞에.. 저는 절망합니다..

 

더 많이 기도해야겠습니다.

학교를 위해,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들을 위해.. 그리고 저를 위해.. 무엇보다도 한국 교육계를 위해..

 

쌤들.. 쌤들은 어떻게 버티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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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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