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소시간에 우리 반 학생 2명이 싸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녀석들은 상담실로 데려갔다.


거기서 약 1시간 30분동안 회복적 대화로 해묵은 갈등을 발견하고 풀어냈다.


작년에 대구고등학교에서 좋은 교사 박숙영선생님에게 배웠던 회복적서클에 대한 기억을 애써 떠올리면서


그리고 13년 좋은 교사 4월호 75페이지 회복적 생활교육이야기를 펼쳐놓고 참고하면서 


어설프지만 대화를 지속했더니 대화가 끝날 무렵 녀석들 얼굴에 긴장이 풀어졌고 화해와 사과를 했고 웃으면서 헤어졌다. 서로 서로 속시원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 2013년 3월부터 지금까지 쉬는 시간에 교실을 돌아다니다가 싸움을 벌이는 남학생들은 모조리 불러서 


회복적 대화모임을 가졌더니 거의 대부분 만족스럽게 화해가 되었다. 


지금까지  남학생들 사이의 다툼과 갈등 8건을  해결했다. 학교 폭력 위원회로 넘어갈 수도 있는 사건들이었다.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어설프지만 그래도 대화모임이 되는 것은, 어쩌면 tcf 지역모임 pbs리더로 섬긴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원들에게서 대화를 이끌어 내는 기술(?)을 회복적 대화모임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여학생들의 해묵은 갈등은 대화로 풀어내기가 조금 어렵지만, 남학생들은 어설프지만 거의 화해가 되거나 서로 공감 시킬 수 있었다.


좀 더 실력을 닦는 다면 여학생들의 갈등도 회복적 대화로 풀 수 있지 않을 까 기대가 된다. 


인터넷으로 비폭력대화,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내 아이를 살리는 비폭력 대화등의 책을 바로 주문했다. 


지금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우리 학교처럼 일반계 남녀공학 거친 학생들 사이의 폭력을 줄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유용성에 대해서 이렇게 크게 느끼기는 처음이다. 이론이 아니라 실전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5월 3일-4일 대전 헬몬수양관에서 열리는 회복적 서클 워크샵에 등록했다. 반드시 참석할 필요가 있는 워크샵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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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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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김현진

2013.04.12
17:49:12
(*.116.127.237)

굿 ~ ^^

역시 멋진 한연욱샘 ~ !

오흥철

2013.04.15
17:00:05
(*.153.64.74)

학생들이 선생님 앞에서 대화의 효과를 보이는 행동수정의 의지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도 계속 반복이 될 때... 그것을 과연 회복적 대화만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경우에 대화를 진행하는 데 대하여 회의적인지라... 참...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연욱

2013.04.16
11:33:14
(*.115.168.206)

예 그런 면도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한 처벌이 있는 상황에서 보완적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혼하기 전에 조정기간을 거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조정기간을 거칠 경우 이혼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직 저도 여학생들의 해묵은 갈등은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크샵에 참석해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회복적 대화를 통해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화 이후에 아이들의 관계가 100%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회복되었고, 특히 보복이나 외면의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회복적 생활지도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오흥철

2013.04.17
08:02:18
(*.153.64.74)

이번 주에 세계사 수업을 하면서 서양 근대사회의 모습을 다루고, 오늘 계몽사상에 대해 다루게 됩니다. 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지나치다 싶은 인권에 대한 주장의 뿌리 중 큰 뿌리가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주에 수업하게 되는 프랑스혁명에 대하여 마귀들의 발악이라 하는 분들의 주장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회복적 생활지도를 주장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는 것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한 처벌에 대하여 죄악시하고, 인권침해한다는 느낌을 들게 하도록 한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비폭력대화를 비롯한 회복적 대화에 대해서 정말 부정적인 선입견이 날로 굳어져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비폭력대화를 비롯한 방법들을 써도 부정적인 행동이 교정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엄하게 벌해야 하고, 이러한 엄벌을 인권침해라 보는 분들이 사고의 전환을 하셔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듭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좋은 경험 나누어 주심 감사합니다...

한연욱

2013.04.17
08:31:21
(*.115.168.206)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비행에 대해서는 교칙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활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성격이 공동체 안에서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상호 보완적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오흥철

2013.04.17
12:10:31
(*.153.64.74)

오늘 수업때 사용할 토론 자료로 나눠주고 의견을 물을 프린트 내용 중에 서울 중곡동 살인사건을 당한 주부의 남편이 판사의 판결 전에 쓴 글이 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비행'을 저지른 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말씀하신 그런 부분이 있는 학생들과 잘못을 처음 저질렀으면서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교칙을 적용하여 엄격하게 처벌하고 말씀하신 대로 선생님이 학생들과 나눔을 가지시면서 공동체 안에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협조하는 학생이라면 처벌의 정도를 최소화(아예 안하면 열심히 사는 학생들이 상처를 입을 수 있으므로)한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한연욱

2013.04.20
09:08:52
(*.25.217.180)

오늘 아침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며칠 전에 '레미제라블'을 주문형 비디오로 보았다. 혁명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화해와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다. 화해..


나도 소위 말하는 야한 비디오를 학창시절에 본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야릇한 느낌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비참한 자들"이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팡틴'이 경제적으로 궁핍에 처하게 되자 딸을 위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이를 뽑아서 팔다 나중에는 남자들을 상대해야만 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비참함을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그 어떤 야릇한(?) 느낌은 없었다. 그녀의 앙상한 갈비뼈에서 그녀의 비참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가 처한 비참함에 연민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비참한 자들"에서 몸파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뮤지컬 형식을 띤 영화라서 마음의 부담을 조금 더는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회복적 정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피해자의 목소리와 요구를 듣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 근대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로 떼어놓고 가해자에게 추상적인 처벌을 가하는 오늘날의 형법체계가 나오기 전에 존재하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 학교에서도 여학생들간의 따돌림으로 인한 학교폭력사건으로 피해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되었다. 본인이 원해서 전학을 가는 것이지만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야 하는가? 해를 끼친 학생은 추상적인 벌만 받으면 그만일뿐,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끼쳤는지 왜 가슴깊이 느껴보도록 하지 않는가?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팡틴"이 처한 비참함을 느낀 이후, 여성을 상품화하는 우리 사회에서의  "팡틴"들도 나름 살기위해서 발버둥치고 있고, 가난함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진실이다는 사실에서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고 불쌍하고 이 사회가 얼마나 잔인하고 못됬는지 알게되었다. 


우리 인문계 고등학교라는 곳도 사실은 성적향상에만 매달리는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못된 곳인지 깨달았다. 나도 거기에  일정한 협력을 해왔던 게 분명하다. "자베르" 경감처럼 살아왔을 지도 모를 일이다. 


기도할 따름이다. " 주님, 부디 저를 선한 길로 바른 길로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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