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편에 이어 계속하여 서정기님의 글을 인용하고, 생각을 덧붙입니다.

 

응보적 정의의 틀에 갇힌 학교폭력 대응의 한계
이러한 회복적 정의는 오늘날 사법뿐 아니라 교육 현장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응보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에서 응보주의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적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삶의 패러다임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권선징악을 미덕으로 받아들였으며 오늘날에도 추상화된 ‘벌’이 공동체에서 잘못에 대한 책임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응보주의에 입각한 사법은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 생활지도의 기본적인 원칙으로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을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철학과 방법은 사회의 사법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원이 법이 정하는 형량에 따라 처벌을 결정하듯이 선도위원회나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학교의 규범과 학교폭력대책법에 따라 학생들에게 처벌을 내린다. 또한 생활지도를 위해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규범에 따라 일정한 벌점을 부여하는 것 역시 응보적 정의와 동일한 양식이다.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인지하면 진상조사를 하고 학교폭력 위원들이 논의를 통해 잘못을 가리고 규범에 따라 처벌 수위를 결정해 통보하고 집행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 중심의 사안처리는 학교폭력에서 피해자와 요구와 가해자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며 당사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게 된다. 실제 학교폭력 사건 이후 당사자와 가족들은 사건 자체보다는 합의 과정에서 갈등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특히 경찰 고소에서 검찰 조사, 법원 판결까지의 이어지는 6개월 이상의 시간동안 당사자와 그 가족은 물질적, 정신적 고통에 방치된다. 판결 이후에도 피해학생과 가족은 자신들의 피해에 대한 실질적 회복을 얻지 못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가해 학생 역시 학교 공동체 안에 재통합되기보다 학교를 떠나고 지속적인 낙인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속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당사자의 적대적 감정과 분노는 이들의 심리적 고통을 지속시킨다. 실제 많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들의 보호자는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을 겪으며 내면의 분노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힘들어하며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한다. 학교와 교사 역시 교육적 가치보다는 응보적 정의에 따른 사법적 해결 과정이 만들어 내는 갈등 속에서 불신과 비난의 대상으로 살아간다.

 

 

->(다른 생각) 처벌 중심의 사안처리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하여 처벌 중심의 사안처리만으로 학생지도가 이루어진다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진상조사를 하고 잘못을 가리고 규범에 따라 처벌 수위를 결정하고 통보하고 집행하는 과정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의 사법제도가 범죄자를 처벌할 때 죄형법정주의를 바탕으로 처벌하는 것처럼 학교의 교칙에 따라 분명한 가해 행동에 대한 학생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피해자가 이를 유발한 측면이 있을 때 피해자에게도 일정한 수준의 처벌을 가하거나 가해 학생의 처벌을 규정에 따라 일부 유예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학교는 성인들의 사회와 다른 특성을 지니지만, 성인들의 사회 특성을 이론과 실제적인 측면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지식으로 국가의 법률을 비롯한 이론들을 가르침과 더불어 죄형법정주의, 정당방위, 범죄가 누적되었을 때 보다 엄격하게 처벌하는 판결, 초범에 대한 처벌의 일정한 유예 등을 생활지도에서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회복적 정의를 주장하고, 학생들의 처벌 위주의 생활지도를 반대하시는 분들에 대하여 반감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잘못이 누적된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반대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잘못이 누적된 학생에게까지 회복적 정의를 적용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없다는 무언의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살인과 성범죄의 중범죄에 대해서는 어른들의 같은 범죄의 양형보다는 유예를 두되, 사회로부터 일정 수준의 격리가 필요하고, 피해자에 대한 상습적인 폭력이 피해자가 중3/고3때까지 이어진다면 사형이나 무기징역도 검토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기록을 반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이는 낙인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실을 수집하여 기록할 때 매우 신중하고 불편부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 기록이 누적되었을 때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되듯이 일정 수준 이상의 누적된 학교폭력기록은 반드시 기록이 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일정 수준이 어느 정도냐는 논의가 있어야 하고, 학생들의 활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지도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만, 해당 학생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회복시키는 데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이 걸려야 한다면 기록이 불가피하다 봅니다. 해당 가해 학생은 인생에 낙인이 찍힌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이 그보다 더하다면 그 학생은 그러한 낙인으로 말미암은 고통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고통을 감수할 수 없는 학생이 사회인이 된다는 것은 이 나라의 재앙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학교폭력사실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도록 하는 방안이 나오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나 분명한 가해학생에 대한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생활지도만을 주장하는, 응보적 정의에 입각한 생활지도를 불온시하는 입장 때문이 아니던가요. 앞서의 글에서 언급하였지만 분명한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안이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해 학생의 인생에 낙인이 찍힌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의 처벌이 일반 성인들의 처벌보다 가볍거나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저질러 놓고도 반성을 안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러므로 우선 가해 학생의 분명한 잘못을 규명한 뒤 이러한 잘못에 대하여 응보적 정의에 입각한 처벌을 집행한 뒤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관계자들에 대한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생활지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엄격한 응보적 정의가 전제되지 않는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생활지도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생활지도의 영역을 전능하신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만들어 간다는 점입니다.

 

잘못이 누적된 학생들에 대한 응보적 정의에 입각한 엄격한 처벌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지도가 전제되지 않는 회복적 생활지도는 응보적 정의에 입각한 처벌만이 이루어지는 생활지도와 더불어 학교의 생활지도를 무력화시키는 악의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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