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4학년 리코더 수업이다.
악기 수업은 늘 그렇듯이.. 소란, 산만, 짜증 ..^^; 그 자체다.
한꺼번에 같이 소리를 내니까.. 서로 더 큰 소리를 내려고 삑삑 대고.. (어찌나 시끄러운지)
자꾸만 박자가 빨라지고..휴.
그래도 내가 누군가? 오호호~~~
비법을 동원해 아이들을 꽉 ! 잡은후 (짜잔~~!)
조용하게 ^^ 열심히 가르쳤다.

오늘 4학년 1반 수업
리코더에 능숙한 녀석들 10명
대강 따라하는 녀석들 10명
더듬 더듬 하는 녀석들 10명
그리고 전혀 .... 몽둥이 쥐듯 쥐고 있는 녀석 5-6명..-.-

그 5-6명이 오늘 나의 목표였다.
적어도 도에서 도까지는 불게 하자.
바장조의 시 플랫이 오늘 수업 목표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그것보다 일단 소리가 나고 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게 더 큰 문제다.

1명 .. 통과
또 1명 통과...
5명을 통과 시켰다.
역시 나는 훌륭한 교사야^^;

에공?... 저게 누구요?..

잘 하는 아이들 속에 폭탄이 숨어 있었다.

으.. 저 녀석은..

교사가 이런 말 하면 정말 안되지만..
유연선...그애는..
얼굴도 진짜 특이하게 생겼고
말도 느릿느릿.
공부는 물론, 음악에도 젬병인..
진짜..
안타까운 녀석...T.T

3학년때 제대로 못 배웠구나..
4학년때도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 2년간
리코더는 절대 못 불겠구나..

안쓰러운 마음과 불타는 ^^ 교사의 사명감으로
연선이를 불러냈다.
리코더 쥐기 부터 소리내기를 가르치는데 5분이 걸렸다.
그런데.....소리가 계속 삑삑 거리기만 하고
소리가 안 나는 거야..우이씨...
알고 보니..
연선이는 구멍을 제대로 안 막고 있는 거다.
2번 손가락을 제대로 막으면 1번이 삐직.. 나와있고
그래서 실패
또 뒷 구멍을 단단히 막을라치면 3번이 또 안되고..
아이고 속터져..

처음에는 아주 친절하게
"그래.. 연선아.. 선생님이랑 같이 한번 해 보자"
...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연선아.. 그게 아니랬잖아.."
...
얼굴이 벌개지면서
"야.. 좀 제대로 막아봐.."
...
드디어 폭팔
"쫌~~~!!!"(경상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 놀라운 언어)

차라리 .. 그냥 뒀으면 화는 안 냈을 텐데..
녀석도 괜히.. 나의 친절?에.. 자신의 무능력함을 더욱 절감하고..
휴..
진짜.. 이럴땐..내가 선생이 맞나?... 싶다.

나는..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한번 들으면 모든 노래를 더 기억했기 때문에..
초견이 좋았기 때문에
상대음감이 좋고 악기 다루기에 능숙했기 때문에
연선이가 .. 그런 애들이 너무 답답하고 정말 이해가 안된다.

이게... 나를 포함한 요즘 교사들의 문제점이다.
우리는 그래도.. 대부분 모범생이었고
학교에서 별로 꾸중 듣는 일 없는..
가끔은 선생님들께 칭찬도 듣는 그런 학생이었고
그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교대에 와서.. 빡세게 공부하며.. 교사가 되었다.

그러니..
해도 안되고
뭐든지 느리는 학생이..
이해가 될 리가 없다..-.-

빨리 이해 하고 잘 하는 아이들 칭찬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말..
해도 잘 안되고
정말 느릿 느릿하게 하며..
내일 물으면 또 잊어 버리는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고
정말.. 진심으로 기다려주는 건..
정말 .. 힘든일인것 같다.

오늘도 나는 용두사미였다.
언젠가 용두용미가 되는 날도 있겠지..
(음... 그렇군.. 진짜 난 용띠네 ^^*)
조회 수 :
697
등록일 :
2003.09.23
15:07:03 (211.18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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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길금수

2002.11.30
00:00:00
(*.219.21.90)


저도 안되는 아이 끝까지 가르쳐보겠다는 열정으로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해 화를 내던 때가 있었지요.. 요즘은 조금씩 타협하고 외면하는 제 모습이 오히려 안타까워요. 선생님의 열정이 아름답습니다 ^^ -[09/27-19:48]
-


이민정

2002.11.30
00:00:00
(*.219.21.90)
흐흐... 나만 용두사미는 아니었구나^^;;; 선하야.... 우리 더욱 노력하자... 주님이 기뻐하시는 귀한 교사가 되도록..... -[09/28-0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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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2003-2004 file 648     2003-12-31
 
66 떡뽁기 만들기 [2] 639     2003-05-04
토요일 3교시로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떡뽁기 파티. 모둠별로 준비물을 가져왔다. 출근길에 교문앞에 우리반 정환이와 민중이가 서성거렸다. 준비물을 가지고 오지 않아 엄마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떡, 오뎅, 만두, 라면, 삶은 달걀, 양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