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간증

최관하


술자리 간증

통풍이 뭔데요
교무실 뒷자리에 앉으신 김선생님께서 여러 날 동안 발을 주무르고 계신 것을 보게 되었다.
"아니, 선생님. 어디 안 좋으세요?"
나보다 예닐곱 정도 연배인 김선생님은 걱정스레 묻는 나를 향해 자상한 성격만큼이나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응, 최선생. 통풍이라고 들어 봤어?"
"통풍요? 통풍이 뭐죠?"
통풍하면 바람이 연상되는 정도였던 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통풍이라, 그게 몸이 아픈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응, 왜 오십견 같은 것이라는데. 이유 없이 쑤시고 아파.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근데 꽤 아프네, 이거."
연신 발을 주무르며 얼굴을 찡그린 상태에서 말씀하시는 김선생님의 모습만으로도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절룩이는 선생님
수일 전부터 김선생님께서 한 쪽 발을 절룩이며 교정을 거니는 모습을 보곤 했었다. 왜 저러신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확연히 알게 되었다.
'통풍! 그런 병이었구나.'
궁금증이 풀리며 동시에 어떤 방법으로든지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나는 진심으로 걱정스러워 하며 김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병원에는 계속 다니고 계신가요?"
"그럼. 그런데 별로 차도가 없어. 일단 좀 쉬라고 해서 수업도 앉아서 하는데.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고 말야. 빨리 나아야 할텐데."
김선생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위해 해드릴 것이 없는데, 기도 한 번 해도 될까요? 다른 건 몰라도 기도는 할 수 있어요."
그랬더니 김선생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즐겁게 화답하셨다.
"그래, 최선생. 기도 한 번 해 주겠어?"

아픈 발을 붙잡고
김선생님은 교회에 나가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전적으로 하나님께 매달리는 분은 아니신 듯 싶다. 그저 평안함으로 교회에 나가시고, 또 약주도 가끔 즐기시는 선한 마음을 가진 분이시다. 그런 분이 교무실에서 순순히 기도하겠다는 말씀은 사실 권면한 나조차도 놀라운 일이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무실 자리와 자리 사이 통로에 김선생님과 나는 마주 보았다.
"선생님, 발 이리 올리세요."
나는 김선생님의 아픈 발을 내 허벅지 위에 끌어 올렸다.
"아니, 최선생. 이래도 괜찮아?"
"그럼요, 선생님. 제가 기도 한 번 할게요."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저를 일으키시리라 혹시 죄를 범하였을찌라도 사하심을 얻으리라 이러므로 너희 죄를 서로 고하며 병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 의인의 간구는 역사하는 힘이 많으니라"

나는 야고보서 5:15-16 말씀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이내 김선생님의 아픈 발을 붙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평상시에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열심히 가르치시는 우리 김선생님. 통풍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김선생님, 믿음의 자녀 삼아주셨는데 하나님께 더욱 기도하며 나아가게 하시고, 또한 하나님께서 김선생님을 강한 팔로 붙드셔서 온전히 빠른 시간에 회복시켜 주시길 원합니다….

열심히 기도하며
기도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기도가 끝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몇 선생님들이 우리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선생, 정말 고마워."
"고맙긴요, 선생님. 어서 회복되셨으면 좋겠네요. 아니 금방 나으실 거예요. 저 계속 기도할게요, 선생님도 기도 많이 하세요. 아셨죠?"
"그래, 최선생. 고마워!"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김선생님은 별반 차도가 없는지 계속 다리를 절룩이며 학교에 오셨고, 앉아서 수업을 진행하고 계셨다. 며칠 전과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표정이 무척 밝아지셨다는 것이다. 열심히 기도하시는 듯했다.
병원에도 빠지지 않고 가시고, 이 과정을 통해서 사십 대 후반의 나이로 건강에 대해 생각케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고백하시기도 했다.

저녁 같이 해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오니 김선생님의 쪽지가 책상에 놓여 있었다.
"최선생. 오늘 퇴근 후 000음식점으로 와요. 저녁 같이 하게. 시간 괜찮아? 오늘 좋은 일이 있어서 말야."
좋은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쪽지에 적혀 있는 음식점에 갔더니 이미 세 분의 선생님들께서 김선생님과 자리를 하고 계셨다.
나는 들어서며 외치다시피 말을 꺼냈다.
"아니, 선생님. 오늘 웬 일들이세요? 정말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보네요."
영어과 신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내 말을 받았다.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김선생님, 이제 말씀하세요. 최선생도 왔으니까요."

간증하는 술자리
김선생님은 환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아, 다른 게 아니고 내가 통풍 때문에 그동안 많이 힘들었잖아. 그런데 어제 싹 나아버렸어. 조금도 안 아프다고. 어제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안 와도 되겠다고 하시는거야. 생각보다 빨리 나았다고 말야. 하하하."
"와! 하하하."
세 분의 선생님들과 나도 이 기쁜 소식에 같이 즐겁게 손뼉을 쳤다. 그만큼 김선생님께서 그동안 힘드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김선생님은 말씀을 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최선생이 며칠 전에 교무실에서 기도했잖아. 내 발을 붙잡고 말야. 그때 얼마나 마음이 편하던지 말야. 그래서 나도 기도했어. 그 후로 말야. 의사가 고쳤다기보다는 사실 하나님이 고쳐주신거야."
계속 듣다보니 김선생님은 간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래서말야. 내가 오늘 너무 기분이 좋아서 술 한 잔 사려고 다 모이라고 했어."

콜라 1,500cc
'에잉!?
함성과 더불어 손뼉을 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는 '술 한 잔' 소리를 듣고 잠시 어리둥절 했다.
"아니, 김선생님. 하나님이 고쳐주셨다면서 술을 한 잔 내겠다고요? 이거 뭔가 안 맞는 것 아닌가요? 차라리 헌금을 하시죠."
나도 기분 좋게 활짝 웃으며 물었다.
"아, 그런가? 최선생. 그럼 어쩌면 좋지? 그래, 그럼. 헌금도 하면 되지 뭐!"
김선생님은 오리구이와 술, 그리고 음료수를 시키고 신나게 간증을 계속했다. 술에 취해 가는 믿지 않는 동료교사들 앞에서 조금씩 잔을 들며 하나님을 증거하는 김선생님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나도 음료수 잔을 연거푸 들며 그 기쁨에 동참했다.
"자, 이젠 이차다. 최선생도 가야 돼."
'평소 말도 없던 김선생님이 이차까지 먼저…. 뭔가 다르긴 엄청 다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따라갔더니 맥주집.
그날 나는 콜라를 1,500cc 정도 마셔야만 했다.

애교로 봐주실거야
다음 날 아침 김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 어제 괜찮으셨어요? 술도 꽤 드신 것 같은데."
"응, 최선생. 내가 정말 기분이 좋았었어. 왜 그런지 알아? 그렇게 발이 아프면서도 기도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최선생이 내 발 붙잡고 기도한 후에, 나도 정말 기도하고픈 생각이 들어서 기도했거든. 사실 그동안 내 믿음이 믿음이 아니었잖아. 그런데 그 후에 발이 씻은 듯이 나았어. 야, 내 기도에도 하나님이 응답하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나도 이제 정말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구나 라고 결심한거야."
나는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하며 김선생님을 향해 말했다.
"그렇군요, 선생님. 아니, 그런데 술을 드시면 어떡해요?"
"하하하, 그렇지? 이제 술도 그만 해야지. 건강에 적신호가 왔는데. 어제 술은 내가 좋아하는 다른 선생님들 때문에 그랬는데, 최선생! 어제 것은 하나님께서 한 번 애교로 봐주시지 않을까? 하하하."
"그럴 거예요, 선생님. 정말 감사하네요. 하나님께서 선생님을 강하게 붙들고 계시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선생한테 내가 너무 고마워. 고맙다는 말밖에 할 게 없네."
교무실 자리에서 서로 주고 받는 얘기 통에 수업 시작 벨이 울리는 것도 놓쳐 버렸다.
"아이고, 선생님. 수업 없으세요? 종 쳤어요."
"어! 이런 나도 있어."
외치다시피 말씀하시며 김선생님은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출석부를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김선생님의 다리가 마치 적토마의 발처럼 힘차게 느껴졌다. .
====================================================================
김선생님이 이 기회를 통하여 온전히 하나님의 일꾼으로
기도하는 교사가 되길 소망하며 기도로 합력하여 주시길 원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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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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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0
등록일 :
2003.11.14
12:35:01 (211.112.148.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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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손혜진

2002.11.30
00:00:00
(*.219.21.90)


정말 기쁘셨겠네요. 하나님은 또 얼마나 기쁘셨을까요? 축하드립니다. -[11/15-10:04]
-


이성우

2002.11.30
00:00:00
(*.219.21.90)
아멘 -[12/05-1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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