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홈피에서 “크로싱”으로 인한 북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모습들을 대하며 감사한 마음에 저의 “크로싱” 소감을 나눠드립니다. 아니, 크로싱을 핑계로 새터민 아이들 만나는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요?

1. 썰렁한 영화관
홈스쿨링 첫 학기를 보내고 있는 하윤이와 조조 영화를 보러갔어요.
약간 늦었는데 빈 영화관에 영화만 홀로 돌아가고 있더군요.
결국 끝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맘껏 의견을 주고받고 훌쩍이기도 했죠.
영화가 끝난 후, 밖에 나오니 옆 상영관에서는
7,8명의 사람들이 나오더군요.
“크로싱”같은 이런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는데....

2. 영화같은 삶이야기& 영화같지 않은 영화
새터민 아이들과 2006년부터 만나오고 있어요.
이제 새터민이라는 이름표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우리아이들이라고
말하곤 하죠. 어느덧 제 가슴에는 품고 있는 그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그 아이들로 인해 제 좁은 속을 다잡기도 하지만요.
우리 아이들을 처음 1년 6개월 동안은 참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죽음을 넘어 이곳에 왔다는 저들이 왜 저렇게 밖에 못살까?”
교사마인드로 학생들의 불성실함을 판단한 것이죠.

그러다가 제가 하나님 앞에 깨지는 일이 있었답니다.
지난겨울, 저는 특별한 기회에 그 아이들의 영화 같은 삶을 깊이 나눌 수 있었어요.
배고파서 두만강을 건너온 이야기,
함께 중국에 넘어온 형이 혼자 잡혀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서 순교한 이야기,
그래서 혼자만 살아남은 것이 늘 가슴 아픈 삶.
배고픔에 지쳐 할머니와 함께 산 넘어 중국에 왔는데
첫 번째 찾아간 집이 믿는 집이어서 그곳에서 보호받다가 남한에 온 이야기
어려운 살림에 자신을 버린 부모님을 용서하지 못했는데 이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 북한에 잡혀갔다가 다시 탈출한 이야기 등 등.

...크로싱을 보면서 ‘나는 영화를 보러 왔는데 영화 같은 이야기는 언제 시작 되려나’ 했는데 어느새 영화가 끝나더군요. 아마도 평소에 영화 같은 우리 아이들 이야기에 젖어 있었나 봐요. “선생님, 영화 꼭 보세요. 좀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그래도 사실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해요.” 예술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k의 말을 기억하며 극단적인 장면이 뭘까 생각했지만 벼랑 끝을 살아낸 아이들 삶을 생각하며 영화를 보니 극단적이라고 생각되는 장면을 찾을 수 없었나 봐요.

3. 지난겨울 이야기(영어가 두려운 분들 이 글 읽고 힘내세요.)
“나이스 투 밋 유.” “아이 엠 어 벌런티어 티쳐 오브 ****”
유치원 아이들도 다하는 몇 마디 영어인사 하다가 텍사스에서
새터민 친구들 DTS해주러 온 텍사스 YWAM 시드 선교사에게 딱 잡혔답니다.
“너 영어 무척 잘한다. 통역을 하면 어떨까?”
어이없어서 노노노노 했죠.
그런데 그 다음 날 “ 아니야, 너는 아무래도 통역을 해야 해. 어제 밤에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나한테 너를 통역을 시키라고 하셨어. 그래서 너를 스트레치 시키라고 하셨어.”
“ 노우~아임 어프레이드 오브 잉글리쉬!!!!”
그런데 이게 웬일...어느 날 저녁 DTS를 돕던 분들이 다 급한 일이 생기셔서 갑자기 다 외출하시고 아무도 통역할 사람이 없자, 시드가 제게 아이들 개인 상담을 해줘야하는데 통역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새터민 아이들보다는 제가 영어를 아주 조금 더 한다는 이유로 저는 거의 4시간을 통역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4시간동안 아이들의 깊은 아픔을 듣고 치유의 기도를 함께 할 수 있었어요.
(기도통역 참 어렵더군요. 기도하다말고 안 들린다고 다시 말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그래서 영어가 안 들어오는 대목에서는 그냥 제 맘대로 그 아이들을 위해 선포하는 기도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제가 맞게 한 것이더라고요. 놀라우신 하나님!!!)
그때 저는 어설프게 통역을 했지만 우리 아이들 몇 명이 고백하는 영화 같은 삶이야기를 가슴깊이 듣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라고 하나님께서 유치원수준의 영어로 인사할 때  미국선교사 귀를 활짝 여셔서 제게 주목하게 하신 거죠.
아무튼 그날부터 저는 이 아이들을 새롭게 보게 되었답니다.

..글이 길어지네요. 오늘을 여기까지 쓸까 봐요. 암튼 새터민은 이제 특별한 곳에
있지 않아요. 아마 선생님 동네 어느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김밥 먹으러 들어간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모르고 지나친 경우도 있을 거예요.
어느 날 김밥천국에 갔는데 “이 아주머니는 새터민이야. ”라는 생각이 들어서 격려를 해드리고 싶었지만 그분이 민망할까봐 그냥 온 적이 있거든요.

때로는 북한도 혼란스럽고
우리 곁에 와있는 그들을 보며
하나님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남과 북은 이미 공존을 시작했어요.
바로 이 땅에서....

한글워드로 치고 있는데 두 페이지가 다 되어가네요. 오늘은 이만....

참, 영화에서는 중국 공안이 들이 닥치자 잡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뛰던 아저씨들이 생각나네요. 한 가정의 가장인 그들이 잡히지 않으려고 서글프게 뛰는 모습., 나약한 상태로 쳐진 슬픈 인생..남편을 보면서 그 장면이 생각나는 것은 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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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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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2008.07.04
13:07:02
(*.242.29.13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썰렁한 극장 분위기가 마음에 걸리데요. 좀더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하면 좋을 텐데...

이형순

2008.07.04
14:17:10
(*.250.184.146)
저도 기말고사를 앞둔 아이들에게 2학기 수행평가(?)랍시고 영화를 보게 했는데,
'재미가 없어요.','돈이 아까워요.','왜 선생님은 그거 보고 우셨나요?' 등등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놀라면서도
이래서 꼭 이 영화를 보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민들레

2008.07.05
11:07:02
(*.223.147.154)
감동이 있는 삶을 나눠 주시고 영혼을 일깨워 주시는 글 감사해요. 동일한 맘으로, 하루 하루 만나는 무기력에 절어 있는 우리 아이들 북돋아 주는 일에 힘 내고, 또 그들과 함께 이 영화 보러갈 시간도 내야 겠네요.

김종곤

2008.07.10
11:07:51
(*.65.158.254)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잔잔한 감동이 밀려 오네요..
관념적인 시각에서 현실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돌봐야할 이웃들.. 아니 우리 형제들을 위해 해쓰시는 선생님이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상복

2008.07.13
22:57:55
(*.233.67.227)
액션 영화를 볼려고 하던 저에게 먼저 크로싱을 봐야 겠다 지혜를 주시는 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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