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글로빌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메일입니다.
'현장일기'라고 명명하셨는데 '교단일기'라고 보면 되겠지요?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공감할 내용이 아닐까 싶어서 옮깁니다.
---------------------------------------------------------------------------------------------
<현장 일기> 신기영 교장 겸 학원장

여러분이 학교 건물로 들어오시는 중앙현관 앞에 심겨진 나무들 가운데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츄리를 하기에 알맞아 보이는 나무이지요. 그 나무의 이름은 주목이라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그 나무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입니다. 이 별명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드는 단어는 '영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 현관에 심겨진 주목은 비밀스런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 작은 나무가 그 곳에 심겨지기 전에 제법 큰 주목 한 그루가 심겨져 있었지요. 그 나무는 사람의 시선이 거의 닿지 않는 십자산 한 귀퉁이에서 자라고 있었어요.

그런데 학교 건축공사가 마치면서 주변 조경사업을 하던 중, 조경전문가의 눈에 발견되어 그곳에 심겨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모두 놀랬습니다. 그렇게도 가치 있는 나무가 그런 외딴 곳에 자라고 있었다니...... 그 나무를 현관 앞에 심고 나니 학교건물이 돋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추운 겨울을 지나 올 봄이 되어 모든 나무들이 연푸른 색으로 새롭게 단장하는데 반해, 이 나무는 점점 갈색으로 변하더니 몇 개월이 못되어 죽어 버렸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주목을 사서 그 자리에 다시 심기로 했습니다. 이때 우리는 주목의 별명을 알게 되었고 그 나무의 가치를 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비싼 값을 치뤘거든요.

그리고 그 심는 때를 개교 1주년을 기념하는 때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 말에 심었습니다. 죽은 큰 나무의 뿌리가 땅 속 깊이 내려져 있기에 뿌리는 두고 땅을 조금 파서 그 밑둥을 바짝 잘랐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작은 주목을 바로 그 위에 심었습니다. 이 나무는 잘 자랄 것으로 믿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 나무를 위해 보험도 들었지만, 그것보다는 이 나무 밑에 지금 썩고 있는 큰 나무의 뿌리가 충분한 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의 성구는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잠 11:30a)"입니다.

이 성구가 담고 있는 뜻은 이렇습니다. 의인의 진정한 열매는 자신이 누리는 생명이 아니라, 이런 생명을 누리도록 길러진 또 다른 의인이라는 것입니다.

글로빌의 선생님들은 마치 이전에 심겨졌지만 죽어 지금은 작은 주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이 되고 있는 큰 주목과 같습니다. 학생들을 생명나무로 성장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죽여 거름이 되고자 하는 결단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스스로를 죽여 거름이 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삶입니다. 왜냐하면 삶의 전부를 견고히 붙들고 있는 우리 손에 힘을 빼고, 하나님께 그 전부를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부모님과 여러 학생들의 간절한 기도가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젠가 충분한 거름을 먹고 잘 성장한 여러 학생들을 또 다른 사람들을 세우는 일에 부르실 것입니다. 그때는 이제 여러분이 다른 사람을 위해 죽고 거름이 되어지는 때이겠지요.

그때를 준비시키고 또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이곳에 교사로 학생으로 그리고 학부모로 모인 것입니다. 지금은 선생님들이, 다음에는 학생들이 세대를 이어 생명나무를 길러내는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태초부터 시작되어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는 영원한 하나님의 사역입니다.

학생 여러분! 이제 이후로 현관 앞에 심겨진 작은 주목을 지나칠 때마다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을 위해 썩고 있는 선생님들의 거름을 매일 열심히 먹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 자신도 다른 사람을 살리고 세우기 위해 거름이 될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다는 것을. 이런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요 세계의 청지기(교훈)]로 세워질 것입니다.

동역자 선생님들! 그 작은 주목 밑에 지금도 자신의 몸을 썩혀 거름이 되고 있는 큰 주목을 기억해주십시오. 생명나무의 사역을 우리 뒤를 이어 감당할 미래의 일군들이 바로 이들임을 기대하십시다. 수고의 보상이 지금 당장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주는 아비의 마음으로 무장합시다.

학부모 여러분! 글로빌 공동체를 위해 매일 기도해주세요! 사랑을 경험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글로빌 고등학교는 TCFer 김숙현 선생님이 교사선교사로 근무하시는 학교입니다.
조회 수 :
526
등록일 :
2003.09.16
14:09:03 (211.115.186.12)
엮인글 :
http://www.tcf.or.kr/xe/diary4/109439/9c6/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9439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65 노끈이 생명선이더군요 637     2003-12-01
노끈이 생명선이더군요 빨리 갈게요 찬양제가 시작되기 세 시간 전. 나는 찬양제 때 입구에 진열할 선물과 필요한 물품들을 차에 가득 싣고 학교에서 교회로 향했다. 학교를 지나자마자 보이는 3학년 기독학생 여섯 명이 땅바닥에 노란 노끈과 발바닥 안내 표...  
64 Re.. 선생님~ [1] 635     2003-10-12
선생님! '가르침은 예술이다'라는 책에서 봤는데요~ 교사는 아이들에게 본(modeling)이 되어야 하고 기독교적 삶의 방식(성령의 열매)을 보여야 되지만, "동시에, 우리는 자신의 삶 속에서 죄와 더불어 투쟁하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63 교실을 시원하게 [3] 631     2003-06-24
교실 뒤 게시판에 붙은 것들을 다 떼어냈다. 파란색 색지로 바탕을 새로 붙였다. 을 그리고 그 아래 특징과 성격을 적어 붙였다. 얼마나 진지하게 관찰하며 그리던지!!! 얼굴에 있는 여드름 갯수와 흉터도 다 그렸다. 몇 작품은 그림만 보아도 누구인지 알아 ...  
62 꿈봉투 걸기 file 629     2003-03-12
 
61 Re..모델이 되어 주셔서 감사! 627     2003-11-19
학교생활하면서 아이들이 더이상 변화될것 같지 않고 절망스러울때, 예전 동부 기독교사대회에서 들었던 선생님 간증이 생각나곤 합니다. 250통의 엽서의 글도 요즘 제게 본이 되고 있답니다. 선생님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뵈며 그 하나님을 의지합니다....  
60 드디어 기도 응답-봉고차 [1] 624     2004-02-04
드디어 하나님께서 심방용으로 사용할 12인승 그레이스 봉고차를 저희 영훈고 기독학생회에 주셨어요 작년 9월부터 12월 말일까지 작정기도 한 후 응답이 없었는데 하나님의 때에 12인승으로 주셨어요 그것도 한 교회의 목사님께서 심방용으로 사용하시던 차량...  
59 선생님, 분열이 일어났어요 619     2003-11-21
2003 영훈 찬양제를 준비하며 무척 조용해요 매번 찬양제를 할 즈음이면 어김없이 난리치던 학교. 가정의 문제, 아이들 개인의 고민 등이 복합적으로 다가왔고, 그것을 우리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영적 공격으로 보며 더욱 기도에 힘써 왔다. 그...  
58 합력 파워 614     2004-01-02
(영훈기독통신 2004-1) 2004년 영훈고 기도요청입니다 -------------------------------------------------------------- 영훈고는 기독교학교가 아닙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시며 여기까지 인도하셨습니다. 2004년도를...  
57 이소라 [2] 614     2003-09-16
슈퍼모델 이소라? 아니.. 그거 말구..^^ 우리학교 4학년에는 이소라가 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키크고, 늘씬하고, 매력적인 그 무엇.... ... 과는 .. 전혀 관계가 없는 ... 맹~~하고, 모든 일에 느릿느릿 주의를 줘도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한마디로...  
56 정말 아프리카오지 만큼... [3] 611     2003-09-27
정말 아프리카오지 만큼 힘든곳이 학교라는 것을 하루 하루 느끼며 살아갑니다. 학교는 선교현장임을 실감합니다. 다양한 세계관과 가치관이 있는곳. 다양한 아이들과 동료교사들. 그 가운데서 교사도 아닌 기독교사로 산다는 것은 눈물겨운 헌신을 요하는 일...  
55 몽둥이 사다. [5] 594     2003-03-19
그 동안 인문계 고등학교 그것도 조금은 명문이라 자칭하는 학교에만 근무하면서 학생들에게 한번도 매를 대지 않았다. 단체 벌은 한 두 번. 물론 막대기를 들고 다닌 적도 없었다. 막대기는 그야말로 무엇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도로 몇 분 선생님들이 가끔...  
54 음치가 성가대원 되다 [2] 593     2003-04-20
오늘 상주 실내체육관에서 상주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렸다. 다른 두 교회와 함께 우리교회가 찬양을 맡아 헨델의 할렐루야를 찬양했다. 교회생활 20년 가까이 성가대 활동은 올해가 처음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초등학교3학년 노래부르기 시험. 퐁당퐁...  
53 어렵게 글을 올려봅니다. [7] 592     2003-08-28
저는 7년째 접어드는 기독교인인 초등학교 00교사입니다. 여러가지 학교생활의 어려움으로 교직생활을 그만두고싶은 생각에 어렵게 글을 올려봅니다. 혼자 결정을 내리기엔 너무 큰일이고 마음이 착잡하여 여러 선생님들의 지혜를 빌리고 싶습니다. 교사직분은...  
52 청소 구역표를 세분화 시킨답니다. [2] 587     2003-09-11
저희반은 청소 구역도 좀 넓고 인원은 33명 밖에 안 되어서 전원 투입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청소 구역표를 세분화 시킵니다. 명렬표에다 죽 청소구역을 적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교실 청소 교실 바닥 걸레, 교실 바닥 빗자루, 교실 앞 손걸레, 교실 뒤 손걸...  
51 청소시간 [1] 584     2003-09-05
청소 안하는 얌체족(?)들 퇴치하는 좋은 방법 있나요? 저희 반에 상습적으로 청소시간에 노는 아이들이 있어서, 어제는 벌을 좀 주었어요. 그것도 덩치 제일 크고, 반장, 부반장, 선도위원인 아이들이요. 청소를 남에게 시키는가하면 그보다 더 심한 일들도 제...  
50 오랜만이네요..^^ [2] 575     2003-09-02
영어 전담시간이라 아이들을 줄 세우고 보낸 뒤 여기에 들어와보니 새롭네요.. 근데 이번 학기에는 릴레이식 교단일기라니~~~!! 아무래도 오늘은 제가 적어야하는 날인가보다 하고 적습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오자마자 울반 에너자이저 악...  
49 달밤 시쓰기 대회 [2] 574     2003-06-15
지난 금요일 전교조에서 주관한 달밤 시쓰기 대회가 남산에서 열렸다. 앞서 시낭송 대회가 있었다. 목소리 낭낭한 우리반 성진이도 참가했다. 나도 우리집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 초등은 시제가 얼굴, 선물, 장난이었고 중,고등,일반부는 소리, 문, 잠이었다...  
48 그리운 안동여고 학생들 573     2003-05-23
*스승의 날 정성들여 쓴 엽서 42장을 연결해서 책처럼 만들어 꽃과 함께 보내주었다. 그들에게 보낸 답장. 사랑하는 불어반 아그들에게 오늘 너희들의 소포를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발신이 안동여고 불어반으로 적혀있어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  
47 부활절 달걀 유래 [1] file 573     2003-04-18
 
46 화장실 청소가 더 좋아 572     2003-03-30
화장실 청소를 이렇게 신나게 하는 학생들은 처음 본다. 보통 제일 하기 싫어 하는 것이 화장실청소인데.. 우리반이 화장실 옆교실이라 여교사 화장실과 학생화장실 두 곳을 청소해야 한다. 양말 벗고, 바지 둘둘 걷어 부치고 호스로 물뿌리며 쓱싹쓱싹 신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