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망할놈들-아니야 이보다 더 심한 욕이었지 아마도.- 또 이렇게 버렸어?"
종례시간에 교실에 들어가면 똑 먹다남은 음식이 담긴 식판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정말 미운 아이들.
"난 원래 우아한 사람인데 너네들이 막 나가니까 이렇게 과격한 사람이 되었어"
내 얘기를 듣고 못믿겠다고 우기는 아이들이 속으로는 밉기도 하지만 귀엽기도 하다.
그런데 그 지저분한 음식찌꺼기를 무책임하게 버려둔 아이는 정말 밉다.
며칠전 앞으로는 종례시간에 식판이 남아 있으면 전체기합이라고 했더니
어느날은 5교시후까지도 분명히 식판이 몇개 있었는데 종례시간에 들어가니
식판을 모두 식당에 가져다드리고 점심시간에 다 정리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속아주었던 담임.
그런데 어쩌다 한두 녀석은 깜빡하는 모양.
늘 한두개의 식판이나 식기 뚜겅같은 것이 교실 바닥에 나 뒹군다.
너무 화가난 나.
평소에도 막 나가는 애들한테는 욕도 적당히 하며 아이들을 다잡았는데,
오늘도 바로 욕을 해야했던(?) 바로 그날.
나랑 성경공부를 매주 하는 은진이 하는 말.
"선생님! 하나님 얘기 하시는 분이 왜 욕을 하세요?
애들이 선생님한테 욕 배우쟎아요.
우리 목사님이 말과 행실로 본이 되어야 전도할수 있다고 하셨는데..."

핀잔하는 아이로 인해 갑자기 당황한 담임.
"은진아! 너는 하나님 앞에 떳떳하게 잘 살고 있니?
그렇다면 내가 네 말을 참조하여 나를 고치도록 할게"
그 옆에 있던 수지-이 아이는 요즘 엄마와 함께 특별새벽기도를 나가는 아이-하는 말.
"은진이 잘 살고 있지요"
그래서 결국
"수지야! 새벽에 기도하러 가면 이 선생님 기도 가장 많이 해야한다.
내가 원래 부족한 것이 너무 많거든"
웃으면서 그러겠다고 말하는 수지.

분명히 적당한 화를 내고 적당한 욕을 해도
어른들이 볼때는 별 무리없는 상황.
하지만 아이들이 보는것은 그모습 그대로의 나.
그 모습으로 인해 주님 영광 가릴수도 있다는 것.
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인내하며 영향력있는 삶을 살아야할텐데...

그래도 감사하다.
회개하며 아이들에게 사과하며
다시 붙잡을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10월,11월,12월.
아직 시간은 있다.
이 남은 시간, 더 주님 의지하기를 소망하며...
조회 수 :
903
추천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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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3.10.10
21:53:28 (61.74.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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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강영희

2002.11.30
00:00:00
(*.219.21.90)


방금 이 교단일기를 실감나는 목소리로 읽으며 "아빠 엄마가 학교에서 욕했데요'하며 떠드는 하진이.주여! 부족한 저와 함께 하셔서 선생역할,엄마역할 잘 감당케하소서! -[10/10-22:01]
-


손혜진

2002.11.30
00:00:00
(*.219.21.90)
저도 아이들한테 늘 난 우아한 사람이다며 강조하는데. 아이들은 왜 저를 우아하게 그냥 두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10/14-20:22]
-


김덕기

2002.11.30
00:00:00
(*.219.21.90)
우리 선생님들은 모두 다 '착한 아이(교사)' 강박증이 있지 않을까...있는 그대로, 내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갑시다. 자유롭게... -[10/20-2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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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봄소풍 427     200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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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창민이집 방문 471     2003-05-15
교실 흰 커텐이 얼마나 오랫동안 빨지 않았는지 아랫부분은 검은색에 가까왔다. 게다가 찟어진 부분도 몇 군데나 되었다. 창민이 엄마가 옷수선을 하신다. 전화를 드렸더니 세탁과 수선을 해주신단다. 퇴근후 창민이 먹을 과자를 사서 수선집에 들어서니...  
128 Re..영석이 편지 407     2003-05-21
편지 봉투에 100원 붙인 영석이 편지. To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에다 편지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건 나중에 생각해 보세요. 벌써 선생님과 친구들과 지낸 시간이 무려 3달이 되었네요. 시간은 정말 물 흐르는 듯 흐르는 것 같아요. 스승의 날이 찾...  
127 우리반 스승의 날 행사 518     2003-05-15
출근하자 마자 희범이가 와서는 "선생님, 현모가 팔에 피가 많이 나요" 자기 팔에다 손가락으로 그으며 말했다. 순간 눈치를 채고 "보건실에 가야겠네" 하며 능청를 떠니까 "선생님이 가셔야 되요"하며 손을 끌었다. 교실과 칠판을 풍선으로 장식하고 칠판가득...  
126 그리운 안동여고 학생들 573     2003-05-23
*스승의 날 정성들여 쓴 엽서 42장을 연결해서 책처럼 만들어 꽃과 함께 보내주었다. 그들에게 보낸 답장. 사랑하는 불어반 아그들에게 오늘 너희들의 소포를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발신이 안동여고 불어반으로 적혀있어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