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3학년을 배정받고, 작년 2학년에 유명했던 문제아(?) 임현재가 우리 반에 없기를 기도했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임현재가 없었습니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역시 기도를 들으셨군요."

3월 2일,
교실에 들어와 조그마한 3학년 아이들 하나 하나를 눈에 넣으려는 순간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그런면 그렇지.'

아주 특별한 아이, 그의 이름 '장수영'
책상에 시커멓게 연필로 숫자를 쓰고, 무엇인가 그리는 아이.
절대 나와 눈을 맞추지 않는 아이.
말이 어눌하여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
가끔씩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아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울부짖는 아이.

자폐증세의 아이인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와의 상담에서 특수학급이 학교내에 있지만, 가능하다면 1시간이라도 전혀 보내고 싶지 않고 정상아이들과 같이 있게 해 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1년을 같이 있게 되었습니다.

학기초,
수업시간 돌아다니기, 소리지르기, 자해하기, 책상 낙서하기 등등....
이제까지 일반 학교이지만, 특수아이를 몇 차례 담임했었는데 이번이 제일 심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속상함이 있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수영이로 통해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내게 맡겨 주신 특별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 마음 속에서도 수영이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족하고 불편한 수영이를 위해 우리가 좀 더 도와 주고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고, 생활 속에서 작은 배려를 해 주어 아이들의 심성이 고와 짐을 느끼고 그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내 말에 거의 반응하지 않고 몇 번이고 되물어야 대답을 하고 나와는 눈을 잘 맞추지 않고 자신의 생각 속에 빠져 있고, 아무 일 없이 자신을 학대하기도 하고....
수영이로 통해 나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하나님을 향해 눈을 맞추지 않고 가끔씩 나를 학대하고 들려주는 음성에 잘 순종하지 않는.....나!!

올 한 해,
육체적으로는 수영이 때문에 힘들겠지만, 수영이로 인해 감사한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아니, 지금도 수영이가 나의 반 됨을 감사합니다. 수영이로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고, 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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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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