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어느 이름없는 신문에서 좋은교사 저널에서 제이름을 파악하여 원고료도 주지 않으면서 써달라고 해서 실렸던 글입니다.
제 출신대학신문에서 교수님의 정년퇴임소식을 읽으며 이글을 찾아 올립니다.**

“ 나의 대학교  담임(?)선생님”
    “선생님!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우리 반의 철부지  중학교 1년생들이 늘 궁금해한다.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의 통념이 어린 이 아이들 모습 속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와서 한번은 “나, S대 근처에 있는 낙성‘대’ 나왔지.”하며 농담으로 그 질문을 마무리하려 했더니  2호선 전철을 탈 기회가 거의 없는 망우동의 이 아이들은 서로 말다툼을 벌인다. “낙성‘대’가 경상도에 있는 대학이니 전라도에 있다느니”하면서 서로 자기 주장이 옳다고 난리들이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는 대학 때 어려운 수학을 공부하던 얘기를 해주었더니 그 얘기보다 이 아이들의 초점은 어느 大를 나왔느냐에 있다.  역시 “나, 장독‘대’ 나왔지.”했더니 아이들은 이번에는 나의 유머를 즉시 알아차리고 낙성대를 응용하여 “**대(大)”부터 시작하여 “**초(初)”까지 “낙성대”아류의 작품을 여러 가지를 만들어내면서 무척 즐거워한다.
    즐거워하는 아이들 하나 하나를 보니  담임인 나는 그들을 돌보는 목자의 심정이 된다. 모두가 나의 귀한  양들이다. 이 아이들과 비록 농담으로라도 대학교 얘기를 하다보니 실제로 나의 대학시절 생각이 난다. 20여 년 전 어리숙한 모습으로 예수회의 철저한 교육관으로 설립되어 대학답지(?) 않게 공부를 무척 시킨다고 소문났던 신촌의 한 대학에 입학하였고, 그때부터 4년간이나 우리 학번의 지도교수를 맡으셨던 수학과의 정동명교수님은 그야말로 내 일생의 가장 기억할만한 “담임선생님”(?)이셨다. 대학입시의 스트레스를 갓 벗어나 마냥 대학생의 자유만을 누리기 쉬운  철부지 신입생시절엔 우리들을 하나하나 연구실로 부르셔서 개인 상담을 하시며 성적표를 나누어주셨고, 전 학년 MT를 따라 오실 때는 과 학생들 모두의 이름을 사진을 보며 미리 외워 오시는 열의를 보이시기도 했다. 또한 과의 남녀 학생들이 무작정 교수님 댁을 찾아간 설날, 우리가 올 것을 아시고 어디서 구하셨는지 우리들과 똑같이 과 티셔츠를 입고 계셨던 교수님.  나의 교생실습 기간에는 그분을 지도교수로 모시는 복을 누리기도 했고, 대학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때 나를 개인적으로 부르셔서  용기를 북돋아주시던 모습은 두고두고 기억 할만하다. 이 외에도 처음으로 어려운 전공서적을 대하는 우리들에게 자상하게 원서의 첫 장을 해석해서 읽어 주시며 자신감을 갖게 해주시던 모습 등 교수님이 보여주셨던 제자사랑은 밤을 새워 얘기해도 끝이 없다.
    오늘도 나는 교수님을 기억하며 지금 내가 만나는 이 철부지 중학생들에게 교수님처럼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돌보는 선생님이 되자고 다짐하며 교실 문을 들어선다. 그리고 또 하나를 결심해본다. 혹시 또 누군가가 “선생님!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라고 묻는다면 “선생님은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왔어. 왜냐하면 선생님을 귀하게 여기셨던 ”대학교 담임선생님“이 계신 학교였거든.”이라고 얘기해주리라. 그리고 “너희들도 그렇게 지금 중학교 1학년 시절을 소중하게 기억하길 바란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조회 수 :
1425
등록일 :
2006.03.27
12:04:45 (59.29.2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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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오흥철

2008.12.21
12:58:04
(*.145.241.221)
저도 그런 분이 계십니다. 저를 정말 아껴 주시고, 스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시면서 학문의 기본기를 키워 주신 분이신데... 정말 대학교 담임선생님이신데... 건강은 하실런지 모르겠군요... 그분의 지도를 받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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