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흐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나자신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지역대표모임을 은혜롭게 마치고 와서 어제 우리 반 학생 하나와 복도가 떠나갈 듯하게 시끄럽게 계급장을 떼고- 순간 내가 교사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멱살을 서로 부여잡고 싸웠다.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몰아가며 겁을 주는 상황이었지만. 올해 들어 매를 들지 않기로 했더니만 오히려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여 순간적으로 폭발해서 교사생활 10년만에 학생이 나의 멱살을 잡고 나도 그 애의 멱살을 잡고 싸우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속은 후련했다는 것이다. 주먹으로 후려갈길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멱살만 잡고 겁만주는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다가 꺼져버리는-절제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말대꾸하는 녀석은 마치 한대 시원하게 날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주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녀석의 모습 한구석에서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랐다. 나도 그랬다. 선생님에게 표현은 못했지만 불만이 가득했었다.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가 가슴속에 가득했다. 불우한 가정형편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방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기란 어찌보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셈이다. 어쩌면 9시뉴스에 실려 모자이크처리된 체로  욕을 먹는 것도 별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Thin Red Line이라는 영화제목이 생각난다.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월남전을 겪으면서 군인들이 괴물로 변해간다는 그런 내용이다. 나도 인문계고등학교 교사로서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를 도망가지 못하도록 아이들을 붙들어 놓아야 하는 간수역할을 하다보니 어느샌가 괴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원해서 야간자습을 하려는 아이들은 붙잡아 두고 싶다. 그러나, 부모에게 떠밀려 야자를 억지로 해야하는 아이들 떠밀려니 여간 짜증나는게 아니다. 지각도 그렇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아예 늦게 오는 녀석들은 무단지각을 그어버렸다. 대학가는데 손해가 막심하다며 대어드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멱살을 몇번 잡아주었더니 평정이 되었다. 힘으로 하면 되긴 되는데 개운치가 않다. 대화와 소통이 서로 서툰것이다. 녀석들도 공손하게 말하는 법을 잘 모르고 나또한 그런 것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웬 말이 많아" 이 말은 5공 군사정권때의 말이 아니라 내속에 살아있는 말이다. 이말이 나를 통해 잘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교단일기 참 좋은 게시판이다.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하여튼  어제를 돌이켜 보니 기독교사라는 계급장을 떼고 후련하게 녀석들과 싸웠던 하루였다. 녀석이 마지막에는 겁에 질려서 울었다. 내가 그렇게 무섭게 몰아부쳤던가.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속이려고 하는 녀석이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풀렸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분위기가 서먹서먹하기가 이를 데 없다. 시선을 맞추기가 굉장히 불편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더 완강해져만 간다. 삼청교육대를 능가하는 교관으로 이미 훈련되어버렸기 때문일까? 

조회 수 :
2020
등록일 :
2010.04.27
19:35:44 (211.43.8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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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오승연

2010.04.27
21:13:09
(*.132.37.155)

쉽지 않은 고3 담임의 삶..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안준길

2010.04.28
08:43:32
(*.106.190.2)

연욱아,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나도 학교 문제로 어떤 선생님과 대화하던 중 그의 평소 모습과 다른 이중적인 태도 돌변을 지켜보며 맘속에 분노를 누르느라 며칠째 힘이 드네. 그분 멱살만 잡지 않았지, 나도 벌써 야구배트로 몇 대는 때린 것 같다. 내 속에 이런 것들이 있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상황은 정말 불합리하고 화가나고...아침, 밤마다 기도중이다.

신재식

2010.04.28
21:22:33
(*.115.165.66)

한선생~ 고 3 담임으로서의 첫해 쉽지 않지? 한선생의 모습을 보니 요즘 내 모습을 보는것 같네. 같이 힘내자구. 기도할께. 재식선배 아니 재식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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