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 지영이 이야기

기도를 못하게 해요
아이들과의 만남 가운데 여러 모양으로 격려하시고 힘을 주신 학교에서의 하나님 이야기를 쓴 <울보선생>이 나온 지 일 년이 지날 무렵, 나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책을 읽고 독자들이 서평이나 소감을 써 보내는 것은 여러 번 있었고, 또 그렇게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한 여고생이 써 보낸 그 내용은 나의 가슴을 감동으로 가득하게 했다.
"선생님, 선생님의 <울보선생>을 읽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저는 논산에 있는 00여고에 다니고 있구요. 이름은 지영이예요. …저희 학교는 천주교 학교예요. 영훈고등학교 학생들처럼 저도 아이들과 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싶은데, 수녀님들은 학교 안에서 기도하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으세요. 그 뿐만 아니라 미사 드릴 때 따라 하지 않는다고 야단치고 그래요. 선생님, 저 어떡해 하면 좋을까요?"
참으로 귀한 학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지영이를 마구 격려해주고 싶었다. 기독교학교가 아닌 학교에서 한 학생이 기도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분명히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 밖 교회에서 홀로
나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라'는 내용으로 격려하며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나 역시 지영이를 위해 그 학교를 놓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메일이 오고 간 후, 지영이의 이러한 답장이 또 한 번 나를 감격케 했다.
"선생님, 제가 읽은 책의 저자에게서 메일을 받는 기쁨이 무척 컸어요. 신기하기도 하구요. 정말 감사해요. 선생님, 선생님 말씀 듣고 저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기도할 수 있는 여건을 달라고요. 아이들과 모일 수도 있게요. 그런데요. 정말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어요…."
지영이는 꼭 학교 안이 아니라도 기도만 하면 된다는 마음을 확인하고 점심 시간에 담임 선생님께 갔다. 그리고는 외출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담임선생님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지영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기독교 신자인 것 아시지요? 그런데 학교 안에서는 수녀님들이나 선생님들이 기도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셔서요. 저 정말로 기도하고 싶거든요. 학교를 위해서요. 그래서… 학교 밖 교회에 가서 잠깐 기도하고 오면 안될까 싶어서요. 지금 점심 시간에요."
기독교 신자도 아닌 담임 선생님은 별 말씀 없이 허락을 해주셨다. 하나님께서 이미 그 마음을 만져놓으신 것이리라. 지영이는 혼자 그 교회에 가서 학교를 위해 눈물로 간절히 기도하고 돌아왔다.

다섯 명의 기도 용사
나는 지영이의 메일을 읽으며 하염없이 울었다.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한 사람을 사용하시지 않던가. 하나님께서는 천주교 학교인 논산의 한 학교에 기도하기를 열망하는 한 여학생을 심어놓으시고, 기도할 수 있도록 지혜와 여건을 허락하시며 인도하고 계셨다. 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운지. 나는 답메일을 통해 마구마구 칭찬하고 격려하였다.
그런데 한 달 남짓 지났을까, 지영이의 메일은 갈수록 뜨거워졌다. 완전히 불받은 성령의 메일이었다.
"선생님, 기뻐해주세요. 기도하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두 명이었는데요. 이제 다섯 명으로 불어났어요. 거기에다가요, 놀라지 마세요. 우리가 기도하는 그 교회 전도사님이 점심 시간마다 오셔서 같이 기도해주셔요. 말씀도 주시고요.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지영이는 이 점심 시간의 기도를 위해, 점심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밥을 후다닥 해치우든가 아니면 미리 해결하고 교회로 뛰어 가곤 했다.
하나님께서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 꼭 동역자를 붙여주신다. 지영이의 기도하는 친구들과 교회의 전도사님을 붙여주시며 학교를 위해 기도하게 하시고, 또한 기도하는 학생들을 축복하고 계셨다.

금지 명령
아이들이 하나 둘 기도하러 학교 밖 교회로 외출이 잦아지니 담임선생님들은 외출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지영이는 매달리며 애원했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지영이는 낙심하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나는 전화와 메일을 통해 지치지 말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전화로 기도했다.
지영이는 고3에 올라가며 서울과 달리 야간수업을 열한 시까지 하는 학교에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메일의 내용도 눈물만 나온다고 적혀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방학 중의 수련회도 허락해주지 않으시고, 또한 교회에서의 행사 준비도 반대하고 공부만 하라고 강력하게 실력을 행사하고 계셨던 것이다. 지영이는 교회 고등부 부회장이었다. 오죽 답답했을까. 지영이는 이러한 여러 상황 때문에 기도를 하면서도 약해지는 마음을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나는 기도하는 가운데 지영이를 만나 최대한 힘과 격려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분주한 일정이지만 기도하는 한 학생을 격려하는 일이었다. 자칫 그냥 놔두었다가는 정말 자신에 대해, 하나님에 대해 실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러 책과 선물을 준비하여 지방의 한 집회를 마치고 지영이를 찾아나섰다. 다른 것보다 직접 만나 그 아이를 붙잡고 기도해야한다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코자 했다.

우리 지치지 말자
지영이는 야리야리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집인 강경까지 찾아온 나를 보는 지영이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지영이와 함께 그 아이가 나가는 교회의 고등부실에 자리를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지영이는 정말 힘들어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통해 지영이를 위로하고 계셨다. 두 시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함께 기도했다.
"지영이가 먼저 기도하고 이어서 내가 기도할게."
서로 한참을 기도하며 일어섰을 때, 우리들의 눈에는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지영아, 지치지 말렴. 항시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하실거야. 매일매일 학교 밖에 나가기 어려우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있는 곳을 정해서 기도하렴.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도 매일 외출증을 써준다는 것은 다른 아이들 생각하면 좀 어려운 일인 듯 싶어. 선생님도 어디에 있든지 널 위해 꼭 기도할게."
나는 지영이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울로 올라왔다. 영훈고 기독교반 학생들과 기도할 때마다 지영이와 그 학교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저 어떡하면 좋아요
그리고 또 몇 개월이 지났다. 지영이의 메일은 한 달에 한두 번씩 지속적으로 오고 있었다.
"선생님, 고민이 생겼어요. 저희 교회 전도사님 있잖아요. 저희 교회를 떠나실 것 같아요. 울면서 가지 말라고 마구마구 말렸는데, 그래도 가셔야 하나 봐요. 선생님, 어떡해요. 저, 전도사님 정말 좋아하거든요. 전도사님이 안 계시면 저 신앙생활 잘 못할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 하나님께 저희 전도사님 다른 데로 가시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중예요, 아니 협박이라고 해야 할 거예요. 전도사님 다른 데로 가시면 하나님 평생 원망할거라구요…."
지난 번 지영이를 직접 만났을 때 지영이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그 전도사님에 대한 것이었다. 교역자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교회를 옮기기도 한다. 그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지영이로서는 참으로 힘든 상황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즉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전도사님을 위해 기도하며 소망하는 것을 간절히 고백하라'는 내용으로 답장을 보냈다.
지영이는 고3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련회 가요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천안대학교에서 사흘 동안 한국교육자선교회 겨울연찬회를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승용차 안에서 지영이의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저 교회 수련회 가요. 그런데 잘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담임 선생님이 억지로 허락해주셨거든요. 지금도 아이들은 밤 10시까지 자율학습 중인데요. 불안해요, 선생님."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의 대상은 학업이다. 더욱이 학교 현장의 교사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영이를 도와주고 있는 교사가 곁에 없음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지영이는 수련회에 참여하기로 큰 결단을 하였다. 더욱이 수련회에 참여하는 고3은 자신 혼자라고 했다. 언제나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에게는 선택과 결단이 요구되는데 지영이는 힘들고 어려운 고3의 귀한 시간을 하나님께 나아가는 시간으로 선택하고 결단하였다.
나는 전화를 끊고 지영이를 위해 잠시 기도했다. 무엇이든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더욱이 시골 교회의 전도사님 한 분이 초등학교 6학년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30여명을 인솔하여 수련회를 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할 때, 학생들을 양육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분의 어려움과 수고가 느껴졌다.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곧 지영이를 통해 지영이의 교회 전도사님과 통화할 수 있었다. 얼굴을 본 적은 없었지만, 내 책을 지영이를 통해 선물한 적이 있었기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전도사님, 수고가 많으시지요? 괜찮으면 수련회에 제가 가서 학생들과 만남을 가지면 어떨까요? 아까 지영이와 통화 하는데 성령께서 주시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두 시간 남짓 저에게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실는지요? 제가 수련회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도사님은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작은 교회의 수련회인지라, 마음이 있으면서도 외부 강사를 초청하기가 어려운 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내가 먼저 수련회에 가서 강의를 하겠다고 자청한 적은 말이다.
전도사님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묻어나는 말씀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다음 날, 가기로 약속하고 통화를 마쳤다. 지영이는 믿기지 않는 듯 정말 오시냐는 질문의 메일을 몇 번이나 보냈다. 다음 날, 나는 학교에서 서둘러 일을 마치고 수련회가 진행되고 있는 군산으로 달려갔다.

방방 뛰는 전도사
서해대교를 승용차로 달리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각 지방의 특성을 잠시라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따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집회를 다니는 자체가 바로 여행이고 휴식이라는 마음을 갖는다.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수련회 장소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기도원이었다. 문자 메시지를 지영이에게 날렸다.
"샘 도착, 지금, 마당에."
지영이가 곧 나타났다. 눈물이 글썽해진 그 아이를 바라보는 순간 정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도사님을 만나고 프로그램에 함께 동참했다. 찬양을 인도하는 전도사님의 모습이 정말 은혜로웠다. 지금까지 여러 찬양인도자를 보았지만 이렇게 방방 뛰는 전도사님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이들도 그랬다. 대답 잘하고 손뼉 잘 치고 찬양할 때 함께 뛰는 그 모습,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나에게 주어진 두 시간 남짓한 만남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위로와 평강, 그리고 도전과 결단의 마음을 주셨다. 지영이는 처음부터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아빠, 엄마 기도해요
기독교학교가 아닌 영훈고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기도의 용사가 될 때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것, 그리고 학업마저도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으로 비전을 구하며 공부하는 것이 참다운 공부라는 것, 가정, 부모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 등을 말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나가 되고 있었다.
뒤에서 말씀을 듣던 전도사님은 '불교 신자 교장이 축제 때 찬양에 맞추어 기독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었다'는 간증의 내용을 듣는 순간 무릎을 꿇으며 그렇게 울기 시작하더니 그 후 내 순서가 끝날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버지학교를 통한 아빠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말씀을 마친 후 서로를 붙잡고 기도하게 했다. 학교는 기도하는 학생들에게 주신 산지이며, 비전이다. 가정도 또한 그렇다. 연약한 아이들이지만 무릎을 꿇는 그 순간부터 강해진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지영이를 붙잡고 기도했다. 지영이는 하염없이 울며 "감사해요"를 연발하고 있었다. 한 쪽에서 어린 여학생 세 명이 엉엉 울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한 사람씩 물어보았다.
"무슨 기도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니?"
했더니 세 아이의 대답이 꼭 같았다.
"우리 아빠, 엄마가 교회 안 나가시거든요. 우리 아빠, 엄마 지옥 가면 안되잖아요."
세 여자 아이는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었다.
이 아이들을 한 명씩 끌어 안고 기도했다. 주님께서 이 아이들의 가정에 임하시길, 그래서 이토록 간절히 기도하는 아이들의 기도에 응답하여 주시기를.

축복의 통로
하나님께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교를 위해 기도하기 원하는 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돕는 마음을 나에게 허락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수련회까지 인도하시며 돕게끔 하셨다. 부족하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일하시는 이러하 일은 참으로 놀랍다. 지영이의 회복 뿐만이 아니라, 전도사님을 향한 하나님의 위로와 만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전도사님을 둘러 싸고 '축복의 통로'를 아이들과 함께 불렀을 때,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를 붙잡고도 기도해주었다.
"선생님, 사랑해요." 하며 말이다.
이 땅에는 기도하는 학생들이 있다. 한 학교에서 자신의 학교를 위해 홀로 기도하고 있는 지영이와 같은 학생들이 분명히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는 학생이 있다. 그 아이의 힘겨움과 수고에, 믿음을 가진 우리들은 격려하고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영이를 통한 하나님의 계획이 기대된다.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 헤어질 무렵, 지영이가 눈물이 글썽글썽해진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우리 전도사님요. 교회 안 옮기기로 하셨어요. 하나님께 정말 감사해요."
===================================================================
윤지영 학생이 고3 생활 가운데서도 주님과 항시 교제하며 승리하고
주님이 주신 비전을 잘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마무리 한 지금 연락을 받았는데 지영이가 기흉 수술을 받는다고 하네요. 수련회 후 사단의 공격 같다고 지영이 스스로 고백하는데, 어쨌든 수술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래서 2주 후에 있을 밀알의 밤을 준비하는데 차질 없도록
그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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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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