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실을 창고로 쓴대요

제주집회를 마치고
겨울방학을 지내고 있다.
얼마 전 제주국제순복음교회에서 교사헌신예배를 통한 간증집회를 인도했다. 성도들과 함께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은혜와 감동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참으로 뜨거운 목사님과 성도들이었다. 내 순서가 끝나고도 한 시간 이상을 찬양하며 기도하며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이었다. 도리어 내가 많은 도전과 은혜를 그들을 통하여 얻는 집회였다고 말하고 싶다.
은혜로운 집회와 별도로 나는 또 한 편의 즐거운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집회 다음 날 가족들이 제주에 내려와 함께 사흘간 휴가를 보내기로 한 것 때문이었다.
교사는 방학이라서 좋다고들 하지만 나에게는 따로 방학이라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겠다. 그저 시간을 조율하기가 수월할 정도의 기간이랄까. 그동안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수련회와 교회, 연수원 등의 여러 집회를 인도하며 각 지방을 다니는 자체가 나는 휴가라고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그 때는 가족들이 동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기회는 하나님이 주신 정말 오랜만의 휴식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고로 써야겠어요
다음 날, 아내와 두 딸 다솜이, 다빈이가 우리와 가까이 지내는 김집사님 가정과 함께 제주에 당도했다. 바로 렌트카를 하고 2박 3일의 여정에 들어갔다.
제주에 오면 으레 그렇듯이 첫 코스를 용두암으로 잡았다. 목적지에 당도할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학교였다. 무엇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최선생님, 저 학생부장입니다."
"예, 선생님. 안녕하세요."
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학생부장 김 선생님이었다. 이 분은 한 때 교회에 나가셨던 믿는 분이셨지만, 지금은 교회에 나가지 않을뿐더러 우리들이 기독활동을 하는데 도리어 어려움을 주는 분이시다. 그래서 인내하며 지속적으로 이 분을 위해 매일 기도하며 여기까지 왔다.
'또 무슨 일이 생긴건가'
하고 생각할 즈음 김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기술실 말예요. 방학중에 공사를 하고 있거든요. 학교에요. 그래서 쓸데없는 것들… 책상하고 의자같은 것들을 기술실로 모두 옮겨야겠어요. 그곳을 창고로 써야겠어요."
기술실은 우리가 4년간 예배를 드리며 왔던 예배실이다.

예배만 드리면 돼요
내 몸에 잠시 순간적인 전율이 스쳤다. 그리고 작년 겨울방학 기술실 폐쇄 조치가 내려졌던 때가 떠올랐다. 결국 모양은 다르지만 똑같은 사건이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나 나나 영적 긴장감이 늦춰지기 쉽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사단은 우리를 파고든다. 그래서 쉬지말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영적 민감함이 요구된다. 사단의 입김이라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그렇군요, 선생님. 교장, 교감 선생님도 다 알고 계신건가요?"
"네, 그럼요."
"그곳이 기독교반 아이들 예배 드리고 활동하는 공간인 것도 아실거 아녜요?"
"아시죠. 하지만 학교에 옮길만한 데가 거기밖에 없어서. 어쩔 수가 없네요."
나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으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다. 작년 겨울, 석 달의 기도 기간을 마칠 때 교장 선생님의 입을 통해서, 기술실을 확실한 예배 공간으로 허락하시지 않았던가. 나는 김 선생님께 담담하면서도 천천히 말했다.
"선생님. 학교 사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저희들은 그 곳이 창고로 변한다하더라도 예배를 드리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 아시죠? 피아노나 앰프 등 예배 드릴 때 쓰는 장비가 다 거기 있는데, 그리고 기독교반이 예배 드리는 공간인데 그곳이 창고가 된다면 신학년도에 기독교반 공간을 그 곳 말고 다른 곳으로 주시면 되겠네요. 장비도 모두 올려주시구요. 제가 지금 지방에 있어서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데, 교장 선생님께도 그렇게 말씀 드려주시겠어요?"
"글쎄요. 그것 참 곤란하기 한데. 어쩌죠. 지금 당장 옮기려고 하거든요."

하나님이 하라시면 해야죠
어쩔 수 없었다. 전화로 끝까지 사정할 성질의 내용도 아니었다. 나는 차안에 앉아 잠시 기도했다.
"하나님. 어제의 집회를 은혜롭게 허락하셔서 이제 가족들도 왔겠다 며칠 쉬려 했는데, 그것마저도 허락질 않으시네요. 저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좀 놀면 안되나요? 이것 또 기도로 매달리라는 신호잖아요. 하나님이 하라시면 해야지요, 어쩌겠어요."
하나님의 음성은 예배 처소를 놓고 기도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영적 긴장감을 절대로 늦추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오는 이 메시지는 기독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2학년 원식이에게 전화를 했다.
"원식아, 선생님이야."
"네, 선생님."
나는 대강의 이야기를 하고 기술실에 있는 예배 장비와 난로 등을 일단 기술실 옆에 딸려 있는 작은 공간에 옮겨놓도록 했다. 책상과 의자가 들어오면 다른 기물들이 파손될 염려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소래에게 전화를 했다. 내용을 요약해 전달하고, 즉시 예배 공간을 놓고 기도하도록 기도요청문을 써서 카페와 메일을 통해 전달토록 했다. 밤 10시를 기해, 그리고 기도할 때마다 예배 처소를 톻고 기도하도록 전달케 했다. 더욱이 영적으로 무뎌진 친구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모두 영적 민감함이 회복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하자고 했다.

소래의 기도요청
예정대로 가족들과 보낸 제주에서의 2박 3일 일정은 즐겁고 기쁜 순간들이었다. 물론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여야겠기에, 여행중이었지만 기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이렇게 또 기도하게 하시는구나. 기술실은 어찌 되었나. 하나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뭐.'
하며 모든 여정을 가운데 시간을 정해 기도하며 매달렸다.
집에 도착하여 기독교반 카페를 열어 본 순간, 그 안에는 소래가 쓴 기도요청문과 리플을 단 아이들이 회신이 있었다. 소래와 아이들의 글은 내 마음을 들뜨게 했고, 또 한 번 기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공지] 얘들아~기도하자!!
번호:1013 글쓴이: 소오래-30th 조회:55 날짜:2004/01/13 19:39

이렇게 갑자기 기도하자고 하는 이유는~?!
기술실을 위해 급히 기도해야 할 일이 생겼거든~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아무래도 내일 기술실에서 예배를 못들이게 될 것 같아..
2004년도 부터 우리 학교 시청각실을 다시 사용하는데~
그곳에 있던 짐들을 모두 치워아햐고..
그 짐들은 기술실로 다 옯겨야 한데..
어쩜 내일이면 기술실이 창고의 모습으로 바뀔지도 몰라..
이게 무슨 의미일까??
기술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하나님의 신호인것 같애~
선배들이 눈물 흘리며 학교안에서 예배들일 수 있는 장소를 달라고
금식하면서 까지 하나님께 매다렸던 것 처럼..
우리도 기술실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간절히 기도하라는 하나님의 뜻인것 같아~
얘들아..우리 기도하자!믿음으로 기도하자~!
우리들에게 기술실을 허락하심에 감사하지 못한 것에도 회게하자~
그리고.....마음껏 감사하자~!!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우리들에게 담대함을 허락 하심에..^ ^
조금 아까 들은 "Jesus Generation"이라는 찬양의 가사인데~
홍해앞에 선 모세처럼 골리앗 앞의 다윗 처럼
주 이름으로 강한 세대 산 옮길 강한 믿음 갖고
기도로 하늘 문을 여는 믿음으로만 사는 세대
일으키소서 일으키소서
기도와 금식 찬양으로 세상과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변화 시킬 세대 견디기 힘든 시련에도
의연히 흔들리지 않는 세상이 감당못할 세대
일으키소서 일으키소서
우리 흔들리지 않고 이 세상을..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주님의 아름다운 세대가 되자구..^ ^
역시 하나님은 우리들을 사랑하시는 것 같다~*
방심하지 않고 이렇게 끊임없이 기도하게 하시니..
그리고 언제나 주님을 의지하고 기도했을때..
가장 좋은 길로 우리를 이끄시니..^ ^
기술실을 놓고 열심히 기도해야하지만..
만약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았을때는..봉고차 처럼~
더욱더 좋은 곳을 허락하실꺼라고 믿는다^ㅡㅡㅡㅡㅡ^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를 위해서 더욱 기도하자..
선생님들,학생들,교장ㆍ교감선생님,이사장님..모두가 하나님을 알게되어서~
학교에 주님을 찬양하는 소리가 너~얼리 퍼지도록~*
그리고 학교에 교회가 생길 수 있도록..
생각해보니까 기도 제목이 한둘이 아니네??^ ^a
글이 쫌 길었지??조절이 안됐다.ㅎㅎ
이 글 읽고 나서 1분만이라도 기도하는거 알지~??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의 신음소리까지도 다 듣고 계시니까~
분명 귀기울이시고 잊지 않으실꺼야..^ㅡ^
아!그리고 10시를 기해서 기도하기~!여럽지만 참 소중한 기도 같다~
그럼.. 남은 저녁시간 보람차게 보내구~^ ^
사랑해~♡(우웩이냐?ㅋㅋ)
P.S.내일 예배는 빈교실에서 드릴까 하는데~ 1-13 으로 일단 집합!ㅋㅋ

아이들의 회신
30th성철 : 어떡하냐..이제... 너무한다 진짜 ... [2004/01/13]
[30.Th]St... 그치... 이제 기술실은 창꼬지 ㅡㅡ.. 그 작업을 나랑 동회랑 상포가 했는걸 ㅡㅡ;; [2004/01/13]
☆성희30th☆ : 소래언니이~~멋져요ㅋㅋ 얘들아 기도 하자아아아!!!!!!!!!!!!! [2004/01/13]
dudnwktlr... : 머 이런 일 한두 번인가..ㅎㅎ 신호 받는 건 우릴 보살피시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요? ㅎㅎㅎ [2004/01/13]
29기정복 : 이제 기술실이 창고로 변한단 말인가...예배는 어디서 드리는거야??? 흠...학교 너무하네...기도하자... 강당달라고...아님 소강당이라도... [2004/01/13]
예은이29 : 창고라니..예배실로 사용하는 거 알면서 창고로 만들어버리려 하다니..기도하자~~~~~~ [2004/01/13]
인화27기 :귀한 선물인 기도의 능력을 또 한번 보면 되지^^* 홍해가 갈라진 것도 요단강이 갈라진 것도 하나님이 이미 먼저 앞서 행하셨단다. 전쟁은 우리의 것이 아니니까^^* 왜냐하면 우리가 하나님편이잖니 함께 기도할게 [2004/01/14]
이혁재 : 이럴 때 감사하며 기도할 수 있는 후배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2004/01/14]
정대환 : 분명히 우리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귀한 뜻과 인도하심이 있을 줄 알아요. 담대함으로 함께 기도할게요. [2004/01/14]
동휘30기 : 역시 우리 YSCA 다워..난 이런 공동체에 몸담고 있다는 걸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화이팅! [2004/01/14]
☆유미_30th : 그동안 안 나갔더니.. 켁...기도 열심히 해야겠다..ㅠ.ㅠ [20:59:40]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다음 날, 학교에 출근했다. 가장 먼저 기술실로 달려갔다. 쓸모없는 책상과 의자가 가득 찼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벌컥 여는 순간.
이게 웬 일인가. 예상했던 책상과 의자는 간데 없고 내 눈앞에는 널따란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원식이와 기독교반 남학생들이 내가 얘기한 대로 정리한 그대로일 뿐, 학생부장 선생님이 옮기겠다고 했던 어떤 책상이나 의자도 들어와 있지를 않았던 것이다.
'하나님,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해결해주셨군요."
나는 기술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금시에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다른 것이 아니군요. 영적으로 다운되기 쉬운 방학 때 절대로 기도를 늦추지 말라고 보내주신 그 신호를 알겠어요. 기도하겠습니다. 알겠어요, 하나님. 하나님이 원하시는대로 기도할게요."
나는 잠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교무실로 향했다. 마침 교무실에는 교감선생님께서 계셨다.
"교감 선생님, 평안하셨어요?"
"아, 최선생. 나왔어?"
간단한 인사가 끝난 후 나는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런데 지난 며칠 전에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기술실을 창고로 쓰겠다고 하셨는데, 가보니까 그대로네요."
"아, 그거. 최선생. 그냥 예배 공간으로 써. 보니까 지금 책상이나 의자를 옮길 상황이 아니더라구. 그리고 옮기더라도 다른데 알아 볼 테니까. 거기에서 요즘 방학 때도 예배드린다면서…."
"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감 선생님."

영적민감함으로
기술실에서 예배드리는 것에 대해 변화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사건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소중한 체험이 되었다. 그것은 쉬지말고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2004년도의 비전을 구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영훈의 기독학생들과 동문들이 즉각적으로 이 기도에 동참하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예비하신 응답으로 허락하셨다. 방학이지만 영적으로 다운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회복의 기회를 허락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
오늘도 기술실 콘크리트 바닥에 기도하기 위해 무릎 꿇는 순간, 사랑이신 하나님의 임재를 뜨겁게 체험토록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기도로 합력하여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기독교학교가 아님에도,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끊이지 않는 영훈고를 위하여 지속적인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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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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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강영희

2003.11.30
00:00:00
(*.219.21.90)


선생님과 영훈고 학생들에게 영적인 도전을 하신 하나님, 지금 제주수련회를 준비하는 TCFer들에게 주시는 경고로 알겠습니다. 영적인 각성을 해야할때. 선생님 위해서 기도할게요.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도 기도부탁드립니다. -[01/20-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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