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이 된 하윤이는 요즘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중인것 같아요.
아무 생각없이 일기를 읽었더니
아빠한테 " 엄마가 자꾸 내 일기를 보는데 열쇠달린 일기장을 사주세요"하더라구요.
섭섭한 맘에
"선생님께는 보여드리고 검사받으면서 엄마는 왜 읽으면 안되는 거야?"
하고 따지는 이 엄마에게 " 내 일기니까요"

그리고 자기 방을 항상 깨끗이 정돈해 놓고는
동생들이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수 있답니다.
그래서 하진이와 주윤이는 꼭 " 들어가도 돼?" 하면서 허락을 받는 모습이
정말 우습답니다.

그런데 며칠전 하윤이가 중대한 비밀을 엄마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어서...
"엄마, 우리반에서 지금 선생님 모르게 비밀 작전이 벌어지고 있어요"
"스승의 날 선물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어요"
"그런데 남자 아이들이 선생님 선물을 인형을 사드리자고 하지뭐얘요.
기가 막혀서!!! 그래서 남자 아이들 빼고 여자 아이들끼리 선생님 선물사러 가기로 했어요"
그러면서 엄마는 스승의 날 뭘 받으면 좋냐는 의견,
선생님들은, 어른들은 어떤 선물을 좋아하냐는 물음.

그러면서 지난 토요일, 전국리더모임 있던 날.
저한테 선물사는데 같이 가지고 하더군요.
"스승의 날은 아직 멀었어"
"언제인데요?"
"음, 5월 15일이니까 20일쯤 남았지"
그랬더니 다시 놀라면서 " 오늘 샀으면 큰일 날뻔 했네"하더군요.

스승의 날도 모르는 어린 것들이 선생님 선물을 산다고 작전을 짜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아마 하윤이네 반은 감동적인 스승의 날을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중요한 것,
결국 하윤이는 그 비밀을 엄마한테 밝힌 것을 후회하고 말았답니다.
주일 저녁, 가족이 모두 식사하러 가는 차안에서
"하윤아, 돈 맡은 애한테 그 아이 엄마에게 그 돈 맡기라고 그랬니?"
"그리고 누가 얼마 냈는지 적어 놓았니?"
등등의 이 엄마의 ESTJ다운 질문들이 쏟아지자
결국 하윤이 혼자 하는 말
" 엄마한테 괜히 말했어.
괜히 말해가지고 엄마가 이상한 것만 물어보네"

걷은 돈이 만원이 넘자, 큰돈이 감당이 안되어서 걷는 것을 마감했다는
아이들.
그 어린 것들의 마음을 그렇게 감동시킨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조회 수 :
810
등록일 :
2004.04.26
11:09:23 (210.99.88.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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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전혜숙

2003.11.30
00:00:00
(*.219.21.90)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 이 글에 웃게되네요^___^ -[05/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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