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 탔는데 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서 가는데 청춘 남녀가 서로 마주 보며 사랑스런 표정을 짓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음료수에 대한 광고였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머리 위에 그 음료수 캔을 올려 놓고서 중얼거리기를,

'이만큼만 더 크면 좋겠는데...'

하고 말하고 있었고,

여자는 남자를 올려다 보면서,

'이만큼만 더 사랑하면 좋겠는데...'

하고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자의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덮인 부분만 빼고는 전부 나왔는데 여자의 얼굴은 웃 입술의 아래 부분부터는 잘려 나가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그렇게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사는 과감하게 여자의 아랫 입술부터 잘라 버린 것입니다.

사진이나 미술 작품에서 대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여기에서 보듯이 정해진 틀이 없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것은 사진사 마음대로 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사진사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발상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지난 번에 아들네 학교에서 학부형들의 미술 작품이나 사진 작품을 보내주면 전시하겠다고 해서 제가 작년에 개교 기념 사진전에 썼던 사진 액자 중에서 두 편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그 것을 본 학생들이 '무슨 사진이 이러냐? 이 게 뭐냐?' 했다고 합니다.

제 사진은 일상생활을 표현한 사진입니다. 지극히 단순합니다. 그러니 복잡하고 소위 뭐가 뭔지 모르게 찍어 놓은 사진이라야 작품 사진 축에 들어간다라는 고정 개념에 젖어 있는 사람이 본다면 이런 단순한 사진을 어떻게 이런 데에 감히 걸 수 있느냐고 생각할 소지가 충분합니다. 그 것도 그 사람의 작품 감상이라고 인정해줄 수 있습니다. 사진사가 자기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자유가 있듯이 독자나 감상자 역시 자기 기준으로 작품을 볼 수 있는 자유와 권한이 있습니다.

감상자도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감상해야 하듯이 사진사 역시 사진 한 장 찍으면서까지도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저 역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싶지 않습니다. 뭘 찍고 뭘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사진사의 마음이요,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20여년 찍어오는 동안에 어언 저도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게끔 되었습니다. 가장 좋은 사진은 가장 단순한 사진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는 얘기입니다... 아무나 단순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사진이 그렇게나 단순한 사진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보겠다는 것이 제가 사진기를 들고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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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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