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영화 일색. 앞으로의 한국영화 과연 어디로?.. ]
식상한 헤드라인이다. 이런 식의 문구에는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는 요즘이다.
조폭영화.. 뻔한 스토리
식상한 얼굴들, 여기 저기 적당한 코믹 요소와 약간의 감동적인 요소,
그리고 폭력성을 적당히 섞어서 찍어내는(영화를 찍는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붕어빵 틀에서 붕어빵을 찍어내는 ) 요즘 영화에는 질린다.
이 영화도 뻔한 영화가 아닐까?

방학인데 별로 할일도 없고 ..다른 영화는 매진이길래..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10분 늦게 들어갔다. (아주 드문 일인데.. )
역시 그렇고 그런 영화였다. ^^;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좋은 영화도 아니다.
구성의 탄탄함이나 뛰어난 연출 혹은 영상미도 별로 찾아 볼 수 없다. 그런데..

..울었다. 아마.. 교사이기 때문이었을꺼다.

아이들 앞에서 ..
'과연 이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지면서도
그래도 그 앞에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한번 이라도 울어본 적이 있다면
아이들의 교육과 무관한 다른 영역의 힘에 의해
가슴을 뜯어 본 적이 있다면
감히 아이들을 보지 못한채 고개 숙여
뒤돌아 서지 못한채,
힘겹게 울음을 참으며 칠판에 무언가를 천천히 적어본 적이 있다면..

이 영화는 ...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 아프고
뭔가 마음에 쌓이는 영화일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두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1
수업시간에 교사에게'걸레 같은 년"이라고 말한 학생을 때린 교사..
그 여교사를 아이들 앞에서 때리고 머리채를 끌고 나가는 권력있는 학부형
교무실은 이 일로 인해 험악한 분위기가 되고, 여 교사를 두둔하다가 곧 교장실로 불려가는 담임

한편 성도착증 환자로 인해 웃음바다가 되는 교실,
그리고 그 속의 아이들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 있지만
답답함으로 가슴이 터질것 같아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교사와
그 사건을 봤지만 지금은 웃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 그 교실의 모습

잠시 동안의 화면이었지만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교사가 이해되었고, 아이들이 이해 되었고
또한 그 단절이 이해가 되었다. 다.. 이해가 되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2
교문앞에서 조폭들과 교사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아니.. 일방적으로 맞고)
그 장면위에 흐르는 "스승의 은혜"..
아.. 이 노래가 이렇게 비참한 노래였던가?
더욱 무겁게 들리는 첼로소리,
'아.. 나도 교사지?
나도 저렇게 맞고 있는 '교사'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

학교 현실을 저렇게 과장하다니..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냐? 그냥 웃기기만 하면 다 용서가 되는건가?
하다 하다 안되니까 이제 학교에까지 조폭을 끌고와?..
게이같은 남학생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보여줘도 되?
싸구려 욕들이 남무하는 영화.. 더이상 지겹지 않나?
이런 .. 이야기들이 충분히 나올것같다.
맞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하지만.. 한번쯤 봐야 할 영화라 생각한다.

그리고
눈물이 나는 교사는.. 눈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도? 이건 너무 거룩한 기대인것 같고
그래도 한번쯤 눈감고 이야기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이런 교육 현장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할까...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것을 보게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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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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