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에 군대 간 아들이 어제 첫 휴가를 나왔다.

그 동안 몇 번 외박을 다녀간 아들임에도 첫 휴가가 감격스럽다고 했고 집에 있는 동안에 마음 놓고 쉬다가겠다고 말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2001년 연말이 다 된 지금 내가 군대 갔던 것이 언제였던가를 생각해보았다. 아스라히 흘러간 세월의 저편에 그 시절이 엎드려 있었다.

1972년 5월이었다. 3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첫 휴가를 나온 것은 그 해 시월 초의 일이었다.

나는 철원의 3사단 18연대 2대대 5중대 3소대 화기분대에서 3.5인치 로켓트포 사수로 근무하고 있었고 우리 부대는 매일 훈련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부대였다.

점심 때쯤 집에 도착한 것 같은데 어머니는 그 때 주무시고 계시다가 내가 부르는 소리에 깨셔서는 나를 보시더니 눈물을 흘리셨다. 집에서 떠나던 때와 달리 낯선 군복 차림에 까맣게 탄 내 얼굴 모습이 어머니를 눈물나게 했던 것 같다. 집에서 3년이나 키우고 있던 우리 집 개도 대문 열고 들어선 나를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하고 마구 짖어댈 정도였다...

그런 군대 생활도 끝낸지 오래며, 사회에 나와서 취직하고 혼인하고 생활한 지 수십년에 어느덧 내 아들도 군대 가서 이렇게 첫 휴가를 나왔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흐르는 세월 속에 아버지는 내년이면 팔순 노인이 되시고 그 아들이 옛날의 아버지 나이가 되었고 갓난 아기이던 아들이 옛날의 나 같이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다...

흐르는 세월의 무상을 오늘따라 진하게 느낀다...

이제 좀 더 있으면 나도 사진사로서가 아니라 혼인하는 아들의 아버지로서 예식장 앞에서 새며느리를 맞으며 아들의 혼인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겠지...그리고 나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늙어가겠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의 '향수'라는 싯귀가 머리 속을 스쳐가는데 유독,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이 귀절이 강하게 내 마음을 울린다...

아들이 자기 말과 같이 편히 쉬다가 귀대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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