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지역 통일 기행에 다녀와서2....



자유의 다리는 채 100미터도 되지 않는 짧은 다리입니다. 이 다리를 통해 휴전 직후에 한국군 포로 1만 3천명이 귀환했다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살아돌아와 식구들의 품에 안기는 감격을 안으며 희망 속에 돌아온 용사들을 이어준 이 다리는 옛날의 원형을 거의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 다리를 통해 천천히 귀환하고 있는 그 옛날의 국군 장병들을 회상하면서 저도 천천히 그 다리 위를 걸어보았습니다. 오른 쪽 옆으로 새로이 건설한 경의선 철교가 보이고 그 오른 편으로는 전쟁 때 폭격당해 부서진 교각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이윽고 80여미터의 걸음을 걷자 철조망이 통일을 염원하는 글귀와 함께 저를 막아섰습니다. 그래서 제 발걸음도 그만 거기서 멈춰지고 말았습니다.

이 다리는 자유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그 동안 민간에게 접근이 금지돼 오다가 21세기가 열리던 2000년 1월 1일부터 이처럼 개방하고 있다고 합니다. 80여미터의 다리를 가는데 우리는 무려 50여년이라는 긴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북측과 개성까지의 경의선 철도와 도로 개설을 협의 중이니 다시 이 다리를 넘어 북으로 북으로 이 도로가 이어지기까지는 얼마나 더 긴 세월을 필요로 할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리 왼 편 아래로는 한반도 형상의 연못에서 물결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 쪽 입구에 가면 연꽃을 파는데 그 것을 사서 여기에 띄우면 북쪽으로 흘러가도록 돼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통일을 주제로 한 관광 상품도 상당히 많이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다니면서 손쉽게 보고 알 수 있습니다. 과거의 냉전식 살벌한 구호 대신에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자본주의가 그 틈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뭐든 돈이 될 수 있다면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강 이편이나 강 저편에 보면 철조망이 튼튼하게 쳐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저 것은 민간인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남북의 비무장 지대를 알리는 철책선의 아닙니다. 강 건너도 분명히 우리 측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강을 건너서도 7-8km를 더 가야 북측 경계선이 된다고 합니다.

그 쪽에는 통일촌이 있고 대성동도 있습니다. 대성동은 유엔사 관할로서 성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과 전출 하사관을 차출하여 농사짓게하면서 형성한 마을입니다. 이 곳 일대는 그리 높은 산이 별로 없는 벌판입니다. 땅도 비옥해보입니다. 농사 소출도 상당히 많을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쌀이 남아돌아서 걱정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중국마저도 이제는 wto체제에 막 들어와 있는 지금이 아닙니까? 중국 만주 지방에서 생산하고 있는 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딱들어 맞는 쌀인데 이 쌀이 우리나라 생산비의 오분의 일 가격으로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니 앞으로 우리나라 농민들은 정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 농사는 양을 강조해왔는데 이제는 질적인 면으로 눈길을 돌려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전제적으로 모든 면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체제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라고 할 때에 교육 문제에 있어서도 과거의 틀을 바꾸는 안목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생각을 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늘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서 올려다 보니까 까맣게 철새들이 남쪽 같아 보이는데 날아가고 있습니다. 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철새들은 이 드넓은 곳 어디서도 구애 받음 없이 자유로이 날고 있는데 사람은 왜 내 나라 내 땅임에도 이렇게 바라보기만 할 뿐 가고 올 수가 없는 것입니까?...누구 탓입니까? 어떻게 해야 이를 허물 수 있는 겁니까?...한참 뒤에 보니까 뒤쳐진 새 한마리가 아까 새 떼가 무리지어 날아가던 방향으로 힘들게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뒤에 보이는 임진각 건물은 70년대초에 남북 대화하면서 지은 건물인데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라 이 건물의 분위기도 바뀌어 왔다고 합니다. 가장 초기에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이제는 가장 후진 건물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함인호선생님은 설명해주셨습니다.

임진각, 그리고 자유의 다리가 있는 곳을 떠난 것은 11:45분입니다. 버스가 지나가는 길 주변으로 서울역과 신촌역에서 이리로 오도록 신설한 경의선 열차역이 인적은 없으나 산뜻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오기도 했고 어디선가는 판문점 9.5km라는 이정표도 보였습니다. 인적이 없는 한적한 산기슭이나 제방 주변에는 하얀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제 기분 때문이었을까요? 그 억새가 우리를 향하여 손을 흔들어주는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억새는 억새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제각기 따로 노는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졌을 뿐입니다.

정오 무렵 통일 전망대에 닿았습니다. 임진강과 그 일대의 남북 초소 등이 한눈에 보이는 곳입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사병 한 명이 눈 앞에 펼쳐진 임진강 일대를 바라보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멀리 판문점도 보였고 북측의 국기 게양대와 남측의 국기 게양대가 멀리서도 뚜렷이 보이리만큼 높이 세워져 있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남북이 서로 질세라 국기 게양대 높이를 경쟁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우리야말로 정말 지기 싫어하는 민족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으니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통일 전망대에 30분 정도 머물렀다가 장단 콩 축제장으로 갔습니다. 이 곳은 다른 어느 곳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혼잡했습니다. 헌병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여기 저기서 울리고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들을 안내하는 그들의 발걸음도 바빴습니다.

인솔 책임을 진 이장원선생님께서 주위의 몇몇 선생님들을 오라고 하시더니 막걸리잔을 돌렸습니다. 저는 한 사발도 채 들지 않았음에도 핑 도는 기분이어서 더 권하는 것을 사양해야 했습니다.

장단콩 축제는 매년 한 번씩 열리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합니다. 함선생님은 우리가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콩도 팔고 음식도 팔고 초등학생들의 태극권 시범 경기도 보여주고 있고 도리깨질도 관광객에게 시키고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남북이 분단돼 있는 접경 지역에서 이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을 줄은 사전에 상상하지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막걸리 집은 군내 초등학교의 이름이 박힌 차일을 쳐 놓고 있었습니다. 군내 초등학교에서 빌려준 것일까요?...

30분 후에 승차하고 이동하고 있는데 함선생님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서양인들은 콩을 먹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야 콩을 먹기 시작습니다. 세계에서 콩을 가공하여 먹는 민족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극동 아시아 지역에서 콩을 가공하여 먹는 민족은 고작 6-7민족 정도나 될까 생각합니다.

콩은 그냥 먹을 수 없고 발효시켜야 먹을 수 있습니다. 일본 된장 중 미소 된장이 우리 나라 청국장 비슷합니다. 즉 속성 발효시킨 것이지요.

콩의 발효는 일차 발효가 있고 이차 발효가 있습니다. 일차 발효시켜 먹는 민족은 세계에서 7-8개국이 있습니다. 그러나 2차 발효까지 해서 먹는 민족은 우리나라 민족 하나 뿐입니다.

콩 삶아서 메주 만들어 발효시키는데 항아리에 넣어 아침에 열고 저녁에 닫고 그 때 작용하는 균이 효모균입니다. 그런데 이 효모균은 공기가 오염된 곳에서는 잘 발효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것이 세계에서 가장 항암 작용이 큰 우리나라 된장입니다...'

(계속)




조회 수 :
950
등록일 :
2001.11.12
16:22:09 (*.248.247.253)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0028/b75/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002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138 우리삶의 연주 [1] 329     2001-12-14
 
137 감동... 329     2002-02-20
아이들의 편지를 읽으니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 아름다운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님께선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좋은 글로 도전 주신 것 감사합니다.  
136 Re..낮에 보니 329     2002-05-07
그래도 저녁 불빛 아래서 본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135 대구지역 차량 인원 확인 요망. 329     2002-08-02
976번으로 가서 이름을 확인해 주세요. 신재식 올림.  
134 Re..저요!저요1 [1] 329     2003-04-16
기쁜 맘으로 동참하겠습니다. 019-379-5259  
133 지역 대표와 리더들께서는 리더게시판의 329     2004-12-04
공지사항들을 꼭 읽어주세요  
132 회보 잘 받았습니다...^^ [2] 329     2008-10-08
어제 모임가서 회보 받았는데요... 첫 표지부터~ 낯익은 아이들 얼굴보며... 이름 기억해내며... 그 사이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랏!!! 제 이름 나온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당~ 순간 내가 뭐라 썼던가하는 생각에...^^ 또 읽으면서는 내가 ...  
131 청소년 문제 - 자녀 문제로 인해 고통 받는 부모를 위한 세미나 329     2009-01-03
청소년 문제 - 자녀 문제로 인해 고통 받는 부모를 위한 세미나 어디서 부 터 관계가 잘못 되었기에 이토록 자녀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말인가? 무엇 때문에 청소년 자녀들이 반항과 방황을 하는 것인가? 말도 안 듣고, 허구한 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고 ...  
130 어느 어머니의 가정방문 후기 329     2009-03-25
그 사이트에 그 어머님이 가정방문 후기를 올리셨네요. 가정방문 받는 부모님들의 마음입니다~~ "어제 오후에 약속한 시간에 선생님께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학부모총회때 떨리는 마음으로 잠깐 뵌것보고 1:1로 우리집안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이들에 관한...  
129 남은 자를 위해 기도했으면... [2] 329     2009-05-27
화려한 장례식 후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의 중심에서 벗어난 후에.. 힘들게 살아갈.. 남은 유가족의 삶을 위해 기도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전시회를 마치고 자신의 그림을 내릴때, 가장 허전하고 마음이 힘들다고 합니다. 사람들...  
128 AEF대안학교 신입생 모집안내 329     2009-06-12
AEF대안학교 신입생 모집안내 AEF 교육특징 AEF는 학생을 존중합니다. AEF는 학생을 기다려 줍니다. AEF는 학생과 대화 그리고 회의를 통해 함께 결론을 찾고 만들어 갑니다. AEF는 이해 존중 배려의 삶을 원칙으로 합니다. AEF는 마음교육을 통해 믿음을 배워...  
127 대표가 간다 - 대전편 file 329     2017-06-27
 
126 Re..사진을 정리하며... 328     2002-01-04
사진과 리코더의 만남? 사진과 주~~욱 샘의 만남! 너무 잘 어울리는 것같아요. 수련회 때 마다 후배들과 함께 나타나시는 샘의 모습 ! 너무 아름다워요.  
125 TCF 구조조정 [2] 328     2002-02-05
TCF 전체회계에 전진희 선생님을 세워드립니다. 안목있고 규모있는 삶을 살아가시는 전진희 선생님이라 개인적으로 참 든든합니다. 더욱 커져갈 재정을 지혜롭게 잘 관리 할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해 주세요. 그리고 강영희, 김정태, 전형일,장현건 간사님들로 ...  
124 Re..아.. 백미야.. *^^* 328     2002-02-20
샬롬!! 백미야.. *^^* TCF에서 너의 이름보게 되니 무지 반갑워서.. 글 남긴다.. ^^ 나는 종종.. 마을 다니듯이 여기저기 연합 단체 홈을 들르는게 버릇이 되어 버렸네.. ^^; 이제 얼마있지 않아서.. 양백미샘의 교단일기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해 ...  
123 Re..저도 하려고 합니다. 328     2002-03-22
멀리서지만 늘 힘이 되고 열심히 주의 일을 하시는 선생님을 보면 든든합니다. 가정을 방문하는 선생님의 발걸음을 통해서 하나님이 가정을 축복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가정에 나누어줄 하나님의 위로가 먼저 선생님의 영혼속에 단비처럼 부어질 것을...  
122 Re..하나님 뜻대로... 328     2002-03-21
강영희선생님은 역시 강영희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의 용기에 저도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그 것은 그의 권한이라고 생각하고 생각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생님 같은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줄어...  
121 Re..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328     2002-05-03
여러 선생님들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생각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네요. 평안하세요~  
120 Re..기도하겠습니다. 328     2002-06-18
기도하겠습니다.  
119 Re..기독교사대회 조장후보명단(TCF) 328     2002-07-23
모두 원하시는대로 보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