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엄마 다녀올게. 계란찜 만들어서 꼭 밥먹고 학교가라"
아이들이 잠결에 한놈은 "녜"
한놈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 놈은 그냥 잠을 푹 자고 있고...
오늘은 북한 학생들 가르치고 사무실 업무도 좀 돕고 회의도 하고...
모든 일을 몰아서 서울 다녀오는 날.
여러가지 하루에 다 해야하기에 아이들 일어나기 전에 이 엄마가 먼저 집을 나섭니다.
밥을 해줄 겨를도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집 밥당번이 되신 어머님이 전기 밥솥에 밥을 해놓으셨는데 아이들에게 반찬을 만들어줄 겨를이 없더군요.
서울에 도착해서 터미널근처에서 제가 좋아하는 이삭토스트를 사먹으며 아이들이 눈에 밟히더군요.
"전화해볼까?"하는 맘.
"아니야, 잘 챙겨먹고 갔을거야"
그러다가 그냥 길을 갔죠.

길을 걷다가 문득 "내가 지금 아이들 챙겨야할 시기에 뭘 하고 다니는 건가?" 하는 맘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길가면서 기도합니다.
"주님, 다 아시죠?"
주님이 말씀하시는듯합니다.
"그래, 세 아이는 너보다 내가 더 잘 키워주마."

늦은 밤,
사무간사님들은 피곤한 얼굴로 야근을 하고 있고
정책팀 회의가 아직 진행중인데 저는 춘천행 무정차 버스를 타야하기에 먼저 사무실을 나옵니다.

집에 오니 아빠와 아이들이 주몽을 보느라 제가 온줄도 모릅니다.
드라마가 다 끝나고 물었습니다.
"오늘 아침밥 잘 먹었니?"
흡족해하며 밝은 얼굴로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아주 맛있는 걸 먹었어요."
아이들은 할머니께서 어제 끓여놓으셨던 된장국에 밥을 맛있게 비벼먹었다고 자랑을 하네요.

"너희들 엄마가 이러고 다니는 것이 이해가 되니?"
하니까 또 대답합니다.
"그럼요. 엄마는 하나님 일 하고 다니잖아요."

편하게 대답하는 하진이,
"엄마를 이해한다는 것은 엄마가 집에 없을때 잘 지내겠다는 대답이 되어야해" 엄마의 무거운 반응에 황당해함.

아무튼 스스로 밥을 먹는 아이들.
어느날은 고구마와 우유와 꿀을 섞어서 고구마 라떼로 아침을 먹고
어느 날은 우유와 달걀과 소금을 넣어서 전자렌지에 달걀찜을 해먹기도 하고
어느 날은 비엔나 쏘시지와 어묵구이와 냉동식품을 튀겨먹기도 하는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이 고맙고 감사한 이 밤입니다.
아이들 두고 학교에 가는 아줌마샘들 화이팅!!!
조회 수 :
1020
등록일 :
2006.09.12
09:42:42 (*.58.6.46)
엮인글 :
http://www.tcf.or.kr/xe/missy/118788/3e7/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18788

이형순

2006.09.12
09:53:28
(*.250.184.146)
오늘 피었다 지는 들풀도 돌보시고,
하늘을 나는 새들도 먹이시는 주님께서
당연히 우리의 아이들도 아주 자~알 길러 주실겁니다~ ^^

이민정

2006.09.13
12:04:33
(*.231.169.154)
^^ 강영희 선생님.. 여전히 열심이시네요..
춘천에서 서울까지 만만치 않은 여정을 일주일에 한번씩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선생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니 너무 너무 감사하네요...

홍순영

2006.09.13
14:29:57
(*.242.27.250)
요즘 '내려놓음'이란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께서 내 마음의 중심을 알고 계심이 위로가 되고
또 그러하기에 두려운 마음도 들더군요.

강영희 선생님!
생활 속에서 갈등을 느끼게 되는 상황들이 많이 있으시겠지만
그 순간순간마다 주님을 의지하고 의뢰하는 선생님의 삶가운데
하나님께서 무한한 것으로 채우고도 남으시리란 생각이듭니다.
힘내시고요, 세 자매! 화이팅!!!

조숙진

2006.09.13
16:25:42
(*.1.38.115)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잘 키우신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스스로 (퓨전(?)음식은 아니어도) 챙겨가며 살아갈 수 있을지.. 야무지고 든든한 아이들이네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뭔지 모를 아니 알 수 있는 야릇한 감정과 생각이 스칩니다.

장순규

2006.09.13
16:28:27
(*.242.18.4)
음.. 나는 언제쯤 이 곳에 당당하게 글을 쓸수 있을까요~ ㅠㅠ
나도 빨리 아줌마가 되고 시퍼요~ㅋㅋㅋ
근데.. 형순쌤 글이 있길래 용기내서 댓글 달아봅니다..ㅎㅎㅎㅎ

강영희

2006.09.13
19:27:58
(*.58.6.46)
와! 이 리플들!!! 자존감이 마구 올라갑니다. 교만해지면 안될텐데...
저 요즘 다른 게시판에 글쓰는 것 자제했더니 전형일샘께 1등 빼앗겼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제 젊은 세대에게로 영광을 넘겨야죠^^그런데 이 아줌마게시판에는 마구 수다떨어도 봐줄거죠?

민정샘 나 일주일에 두세번은 외출이라우~집에있는 날은 재택 사역하고(우리 남편이 돈도 안벌면서 무슨 재택근무한다고 그러냐고 놀려서 근무대신 사역이란 말을 쓰기로 했어요^^)
어느땐 특별한 회의로 더 많이 다니기도 하고(기도좀 해줘요)

그리고 순영샘, 반가와요, 나도 누가 선물로 "내려놓음"을 주셔서 다 읽으면서 위로받으면서 회개도 하고...하나님께 다 맡기고 살고 싶은 맘 가득해요.
숙진샘, 난 주원이 보면 우리 딸들보다 더 든든하던데요^*^
순규샘도 그 맘 아시고 주님께서 응답주시길...아줌마들 위로하러 이곳에 와주세요. 우리도 순규샘께 격려 많이 해주고 기도할게요.

형순언니도 언니니까 이곳에 자주 오셈~

전형일

2006.09.14
18:03:09
(*.1.217.120)
강영희 선생님, 저는 줄곧 1등이었습니다. ㅎㅎ 홈페이지 관리자였던 덕으로 말이죠~
여보,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 챙겨먹을것 같아. 먹는분야에서는 말이지.

강영희

2006.09.14
22:50:11
(*.58.6.46)
그래요? 언젠가 제가 맨위에 이름있는 것을 봐서..그럼 관리자다음이 아직 저인가요?ㅎㅎㅎ
아저씨들의 등장. 이 게시판을 아줌마 말고 아저씨들도 포함하는 다른 이름으로 해도 될듯~

손지원

2006.09.15
08:44:36
(*.242.31.21)
원래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사람은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강영희 선생님이 검색을 해도 전형일 선생님의 점수가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원래부터 전형일 선생님이 제일 점수가 높았습니다. ^^

민들레

2006.09.15
12:00:12
(*.150.199.121)
정말, 강영희 선생님도, 세 아이들도 대단해요...이렇게 아이들을 키우시기 까지 노하우가 뭘까요? 어떻게 하면 엄마와 대화가 이리도 잘 통하고, 자율적이고...아이들이 커서 저절로 된 건 아닌거 같고...선생님, 아이들 서너살쯤 부터 버릇이나 습관을 기를 때 어떻게 하셨는지, 좀 가르쳐 주세요...그리고 저도 '내려놓음' 읽어 봐야 겠네요. 대화가 되려면 ...^^

조숙진

2006.09.15
13:03:28
(*.1.38.179)
그칠 줄 모르는 리플의 숲이여~ 강영희선생님 국회로 나가셔도 표가 많으실듯!

강영희

2006.09.15
17:59:53
(*.58.6.46)
하윤이가 이글 읽고 하는 말. " 참감동적이다~선생님들이 리플을 참 썼다. 그런데 엄마는 우리한테 그렇게 미안하면 토스트 혼자 먹지 말고 사오면 될것을~"
아이는 역시 먹는 것에 관심집중!!!

구윤

2006.11.01
08:21:08
(*.139.4.69)
선생님이 애국자이고(3명의 자녀) 하나님의 귀한 일꾼이네요. 정말 대단해요.. 나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볼께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 세아이들, 허상과 실상 [3] 강영희 2006-09-15 847
» 고마운 아이들 [13] 강영희 2006-09-12 1020
16 일기속의 하나님의 계시? [5] 김미성 2006-09-11 702
15 왜 이리 조용하죠? [4] 이민정 2006-09-11 820
14 기독교사대회를 돌아보며 [4] 민들레 2006-08-31 692
13 늘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10] 이민정 2006-08-28 775
12 새댁입니당! ㅋㅋㅋ [5] 유명실 2006-08-22 780
11 바로 지금을 누리는 삶 [1] 강영희 2006-08-22 692
10 아줌마의 새벽 [5] 조숙진 2006-08-22 820
9 2학기를 준비하며~(2) [2] file 홍순영 2006-08-20 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