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캄파넬라

강정훈
리스트가 편곡한 라캄파넬라를 들으면
난 눈내리는 크리스마스가 생각이 난다.
흰 눈이 쌓인 고즈넉한 분위기의 아침
창문 밖으로 살며시 나리는 하이얀 눈을 생각하며
내 귓가로 라캄파넬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노크한다.
피아노 소리를 참 좋아하면서도 마땅히 딱 맞는 곡을 찾지 못하던 시절
이 곡은 나에게 한 폭의 추억과 그리움으로
'바로 이거다' 라는 기쁨의 외침을 외치게 만들었던 곡이었다.

피아니스트로는 보기 드문 흑인(혼혈)의 앙드레 와츠는 매일 아침 이 곡을 연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곡은 앙드레 와츠의 연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몇 년 전 죠르지볼레의 연주음반을 사고 나서
얼마나 후회했었는지 모를 정도로
이 곡만큼은 앙드레 와츠의 연주가 다른 사람들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 폭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낭만적인 연주가
아침에 상쾌함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는 만족감을 줄 수 있으리라...
이 곡은 파가니니가 바이올린 곡으로 만들어져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양성식이 우리나라의 모노폴리에서 녹음한 두 장짜리(한장가격)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 곡도 빠른 템포의 곡으로 양성식의 뛰어난 기교가 돋보이며, 복각음반으로 세계속으로 진출한 모노폴리의 떨어짐 없는 음질이 우리나라의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이 곡으로 인해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채워진 적이 있었다.
대학교 4학년(98년) 생각지도 않았던 전주 예술 고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마치는 날 2교시에 갑자기 음악과 2학년 학생들이 선생님 잠깐 오시라고 해서
교실에 들어갔더니 온 교실이 온갖 치장과 선물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칠판에 축하한다는 낙서들과 함께 송별 음악회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전에 내가 좋아한다는 음악들을 준비해
송별 음악회를 열어주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
그리고
리스트의 라캄파넬라......

마지막으로 모두 다 일어서서 축복송을 부르며 축복해주는 순간
말을 잊지 못하고 내내 눈물을 흘리던 기억들...

그 순간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두 개의 시간 중 하나로 아직까지 기억에 선한다.

앙드레 와츠의 라캄파넬라는 구하기가 힘든 음반 중 하나이다.
몇 달 동안 매일 들었던 그 음반을 잊어버리고
지금은 구하려 몇 번 주문해 보았는데
그 때마다 구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 번 주에는 인사동 나들이나 가서
앙드레 와츠의 음반을 구하러 돌아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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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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